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호 Jan 17. 2019

18층에서 떨어져 죽다

18층에서 나는 떨어져 죽었다/김선호


빨래 널기가 시시해졌다

베란다 창문을 열었다

이불을 들고 탈탈 털다가

떨어져 죽을 뻔 했다

진짜 이렇게 하다가 죽을 수 있겠다 싶었다

먼지는 바람을 파먹다가

18층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

조심해야지


빨래 널기가 시시해졌다

다음날 다시 베란다로 갔다

이불을 탈탈 털었다

이불 끝자락이 갑자기 튿어져

베란다 아래로 떨어졌다

얼른 잡아 올리려다가

18층에서 떨어졌다

나는 18층에서 허공을 파먹다가 죽었다

날개는 어디다 두었을까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모든 영광이 풀의 꽃과 같아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리니'

(베드로 1-24)





매거진의 이전글 고래가 춤추던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