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호 Nov 05. 2017

번개불에 콩굽는 여행 3

2박3일 칭따오

칭따오 시내 야경. 어디나 도시는 불켜놓으면 야경이 그럴싸하다.


중국의 작은 유럽 칭따오(青岛) 3

 <마지막편>


'여수가서 돈 자랑 하지 말고 벌교가서 주먹 자랑 하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비슷하게 말한다면 '칭따오 가서 한국에서 먹어본 칭따오 맥주 맛이 이렇더라' 말하지 말라 하고 싶다.  

청도 시내에서 택시를 타면 근거리에 칭따오 맥주박물관이 있다. 택시는 보통 기본 요금이 9위안(한화 1,575원)이다. 시내는 아무리 먼 곳도 20위안  미만이다. 맥주 박물관은 잔교에서 13위안 쯤 나오는 것으로 기억한다.

칭따오맥주 박물관



이곳은 1903년에 독일이 칭따오 라오산(崂山)에 세운 맥주 공장(칭따오 맥주 제1공장)의 칭따오 시내에 있는 회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석회석 함량이 높은 중국의 일반적 수질과 달리 칭따오는 수질이 좋아서 광천수 공장도 있고, 이곳 물로 만든  맥주도 그 맛이 뛰어나다. 이 칭따오 맥주는 1948년 국유화되었다. 혁명 끝나고 모든 것이 국유화되었으니 맥주 회사도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칭따오 맥주의 본래 맛은 병입된 일반 맥주와 완전 다르다고 보면 된다. 그것은  수출용이나 중국 내수용 맥주 대부분이 칭따오에서 생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칭따오 맥주의 대부분은 중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칭따오 맥주 공장 51군데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리고 이마에다가 '칭따오 맥주'라고 라벨만 붙이고 다니는 것일 뿐이다. 또 맥주의 도수도 대부분 4도이다.

그러나 칭따오에 있는 제1공장에서 생산되는 맥주는 4.7도이다. 그리고 공항에서 파는 선물용 500ml 10개 들이 박스 이마에다가  '제1공장 생산'이라고 써놓는다. 맥주 캔 옆구리에도 '칭따오 생산'이라고 찍혀 있다. 가격도 다르다. 300ml 칭따오 캔맥주가 중국 슈퍼마켓에서 4위안(한화 700원)이지만 제1공장에서 생산된 'Augerta' 맥주는 300ml가  7.5위안(1,312원)이다. 즉 진짜 칭따오에서 생산된 맥주가 다른 칭따오 맥주에 대략 두배 가격에 달한다.


이 '아우게르타' 맥주는 1903년 독일인 '아우게르타'가 독특한 효모를 개발해서 처음 만든 맥주라는 것이다. 맛은 어떨까? 말하면 잔소리다. 맛이 비슷하면 가격이 그렇게 다를 리가  없다. 맛은 글로 설명이 안된다. 특히 박물관과 공장에서 직접 파는 7도 짜리 생맥주는 감탄사만 나온다. 마시고 나서 탄산 때문에 트림도 나오기는 한다. ㅋ

생맥주 맛에 빠져서 에미 에비도 못알아 본다는 낮술 겁나게 마시고 택시에서 한참 졸았다.

아우게르타가 효모를 살피던 모습을 홀로그래피로 재현해놓았다.


중국 여행을 싼 맛에 한다면 싼 여행이 된다. 하지만 중국의 산동성과 광동성은 GDP가 한국과 같거나 더 많다. 2016년  기준으로 중국의 총 GDP가 미국(18조 어쩌구 $) 다음으로 많은 11조4천억$이고 우리나라 GDP는 1조4천억$이다. 그리고 칭따오가 있는 산동성은 중국(31개의 성과 자치구, 시) 총 GDP의 10% 정도를 생산하는 지역이다.  이런 지역을 관광하면서 물가가 비싸다고 하면 유럽은 과연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그래도 아직 중국은 물가가 싸다. 관광객 눈탱이 보는 상점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시음장. 여기서 낮술 겁나게 마시고 꽐라되서 다닌다.
생맥주 맛은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로 뛰어나다. 도수는 약 7도.

각설하고, 또 돌아다녀 보자. 앞서 말한대로 칭따오에서는 그냥 가고 싶은 곳 있으면 고민하지 말고 택시타면 된다. 중국에서는 택시 타는 것을 따처(打车)라고 한다. 진짜 택시를 타보면 미터기가 따따따따 때린다. 그래서 따처라고 한다고 어떤 중국 사람이 농담 삼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렇게 따처해서 가는 곳은 100년이 넘은 성당이다.

관람하는데 입장료를 받는 이상한 성당. 돈독오른 중국인의 습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다. 하긴 유럽에 가도 관람료받는 성당이 많다. 이곳은 돈까지 내면서 볼 만한 성당은 아니다.

 바닷가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와 있는 구릉지역에 위치한 성당은 독일이 조차할 당시인 1902년에 지었다고 한다. 주변 부속 건물들도 그 당시에 지어진 것들이다. 이곳은 배경이 근사해서 웨딩 포토존으로 알려져 있다. 날씨 좋은 결혼 시즌에는 온 천지가 신랑 신부이다. 괄호열고 신랑 신부는 좋겠다 괄호닫고.

따처해서 또 간다. 지모루(即墨路)라는 곳이다. 공식 명칭은 지모루소상품시장(即墨路小商品市场)이다. 실제 알려진 이름은 짝퉁시장이다. 과거 시진핑 시대 이전에는 엄청난 호황을 누리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5년 전에 비해 짝퉁 거래가 대폭 위축되서 1/3도 안된다는 것이 시장 사람들이 이야기이다. 이곳에서 짝퉁을 살 때는 과거 이태원이나 남대문에서 짝퉁을 살 때처럼 비밀문을 열고 들어가서 거래한다.

짝퉁의 천국 지모루 시장.  처녀 불알 빼고 짝퉁은 다 있었는데 요즘 중국도 단속이 심해져서 거의 1/4 수준으로 위축되었다.

그런데 짝퉁 사는 것은 사실 별 관심이 없다. 이곳의 명물은 따로 있다. 영어 표기로 Biang Biang면이라는 국수이다. 이 국수 이름은 내가 지금까지 한자를 본 것 중에 가장 획수가 많다는 것, 그리고 국수 가락이 지금까지 본 국수가락 중에서 가장 넓어서 마스킹 청테이프만 하다는 것이다. 맛은 수제비같은 국수 맛이고 국물은 탄탄면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재미삼아 한 그릇 시키고 다른 국수 하나 더 시켜서 두명이 맛 보면 되지않을까 싶다. 먹으면 오래 산다니까.


<끝>

한자 획수가 가장 많은 국수 이름.
청도맥주 축제 자료사진.
집에서 음악 들으면 오리지날 아우게르타 칭따오 맥주 한 잔...ㅋ
매거진의 이전글 번개불에 콩굽는 여행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