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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Nov 04. 2017

바람난 과부 달빛받을 때 시어미는 신발을 숨긴다

따뜻한 너의 모습

서로 다른 이야기들 / 김선호


1.

바람난 과부 며느리 달빛 받을 때

신발을 숨기는 시어머니

흰 벽 사랑하는 병실에 누워있고

이빨에 깨물린 시간

초승달이 기우는 밤으로 다가온다

거기에는 그냥 빛나는 별이 있을 뿐이다

거기에는 그냥 하얀 달이 있을 뿐이다


2.

새벽기차 타고 온 촌뜨기 청년

뜨거운 가슴 속 부글거리는 열정

미움 보다 무거운 무관심 속에

상실의 상처 껴안고

신성한 침묵을 배운다

그것은 어쩌면 시간의 가르침

나이를 먹는 것은

어쩌면 체념을 배우는 것일지도 몰라


3.

너의 하얀 도화지 얼굴

오래된 나무 향기 눈썹을 스치고 지나간다

네가 봤던 따뜻한 하늘의 빛

지금은 잊어버린 그 빛

공백의 시간만큼 어색하고 낯설지만

다시 보고 싶은 것

따뜻한 하늘 빛

그리고 따뜻한 너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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