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여행기
3. 대서양의 시간이 말을 건네는 나라
포르투갈
파도가 높은 것은 그 바다에 흘린 눈물이 두 배나 많기 때문이다. 붉은 조각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지붕의 열정은 초록 이끼로 가라앉고 칠이 벗겨진 벽 위의 철제 발코니에는 말을 잊은 노인이 바람을 노래하고 있다.
표정을 읽을 수 없는 거리의 사람들과 가끔씩 우뚝 서 있는 조형물들은 단조롭지 않은 이 땅의 역사가 빚어낸 한 때의 영화와 슬픔과 불안의 뒷 페이지이다. 세월은 그것을 인간의 보편적 특징과 느낌의 잔상으로 이 오밀조밀한 리스본의 거리를 만들어냈고, 또 시내 구석구석을 오르고 내리는 노랗고 빨간 트램들은 끊임없이 덜컹거리면서 사람들의 머리 속에 기억을 남겨주고 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베리아 반도 끝에 숨죽이고 있던 나라는 이제 봉인이 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무표정 속에 숨은 따뜻한 숨결이 있고 시리도록 푸른 쪽빛 하늘과 헤아릴 수 없는 눈물을 삼킨 무한의 검푸른 대서양의 바다가 눈을 뜨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곳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나의 그림자를 만난다.
"곶 너머로 항해하려는 자라면
누구나 두 배는 슬퍼해야 한다
도망칠 곳은 없으니
위험과 심연은
신께서 바다에게 주신 것이니
그럼에도 바다를
천국의 거울로 만든다"
Fernando Pessoa
코메르시우스 광장 옆의 소규모 전시장이 있는 주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