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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Nov 17. 2017

아버지

제사



아버지 / 김선호

깨물어 본 손가락 중에는 가장 아파서
할머니한테는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셨다
이 사람 저 사람 다 좋다 하셨으니
친구들한테는 "만만한 호구"이셨다
재산을 이리저리 한없이 축내셨으니
할아버지한테는 "꼴도 보기 싫은 아들"이셨다
평생 자식들 별로 중한 줄 모르셨으니
자식들한테는 "한심한 아부지"이셨다
생전 가정을 돌본 적이 없으셨으니
어머니한테는 "개떡같은 남편"이셨다

평생 한량으로 사셨으니 여한은 없으셨으리라
늘 술독을 끼고 사셨으니 더 이상 술 고프실 일도 없으셨으리라
동가식서가숙하고 사셨으니 더 가시고 싶은데도 없으셨으리라

복수가 차서 고통스러워 하실 때까지
화해를 하지 못했다
일찍 가버리셔서 지금까지 화해를 못하고 있다
그저 제사상 위에 술 한잔 권해 드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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