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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Nov 12. 2017

스킨십에는 후진이 없다

브라더스 포

- 스킨십에는 후진이 없다 -


Come to my bedside my darling /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


SNS에 심심찮게 돌아다니는 '여자라면 새겨야할 연애 명언' 중에 재미있는 것이 두어 개 있다. 그 중 하나는 '스킨십에는 후진이 없다'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자는 애 아니면 개' 라는 것이다. 실제로 '남자는 애 아니면 개'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좀 그렇다. 그것은 글로서 써서 논리를 전개하고, 또 그 글을 이해시키는 것 보다 겪어보면 가장 잘 알 수 있다. 그것은 그냥 겪어보시라고 놔두고 싶다.

그러면 '스킨십에는 후진이 없다'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 말은 말 자체부터가 퍽 재미있다.


인간에게는 다양한 욕구가 있다. 사랑과 관계가 있는 욕구 중에는 스킨십이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서로 키스도 하고 싶고, 살도 비벼보고 싶고, 섹스도 하고 싶고 그렇다. 그렇지 않은 사랑이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거나, 돈 주고 성을 사고파는 일시적 매춘이거나 좌우간 대강 그런 부류다.


다시 말하거니와 사랑에는 스킨십이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모든 생명체는 본래 자웅동체였는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웅이 분리되었던 것이고, 사랑을 하게 되면 다시 과거의 자웅동체에 대한 본성적 희구가 일어나는 것 때문 아닌가 싶다. 그래서 하나가 되고 싶어 하는 스킨십이 강렬하게 일어나는 듯하다. 그리고 그렇게 자웅동체를 희구하는 동안은 뇌에서 단계별로 호르몬이 생성되는 모양이다. 솔직히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며 논리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그러면 단계적으로 한번 살펴보자. 남녀가 서로 눈이 맞아서 끌림을 느끼는 1단계에서는 테스토스테론(남성)과 에스트로겐(여성)이 분비되고, 서로 완전히 사랑에 빠졌을 때는 뇌에서 모노아민계라고 불리는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도파민과 같은 합성 호르몬이 생성된다고 한다. 또 사랑의 만족감을 느끼는 3단계에서는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과 같은 호르몬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뭐 사실 이런 전문적인 호르몬 명칭을 몰라도 사랑을 하면 늘 뇌가 해피해하니까 아무튼 뭔가 좋은 호르몬이 겁나게 나오는 것은 분명하게 느껴지는 것 아닐까 싶다.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하등동물로 분류되고 싶어서 그럴 것이다.


이러한 호르몬들은 스킨십을 가속시키는 특징을 갖는다. 때문에 스킨십이 시작되면 앞서 전제된 화두처럼 후진은 없다. 실제 후진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엄밀히 말해서 후진이 아니라 사랑이 식어가는 것이다. 계속 사랑을 하고 있다면 절대로 스킨십이 후진하지 않는다.


실제로 손 만지고 나면 팔을 만지고 싶고, 팔을 만지고 나면 다리를 서로 비벼보고 싶고, 다리를 비벼보고 나면 서로 살을 닿게 하고 싶고, 그러고 나면 키스도 하고 싶고, 또 더 나아가 섹스도 하고 싶은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이치이고 순서이고 섭리이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보편타당한 섭리를 거부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겠다고 개뻥을 치는 사람이 있다면 평생 그렇게 스킨십하지 말고, 바보 병신 쬬다 소리 들으면서 살아도 된다.


아무튼 사랑의 스킨십 욕구가 시작되면 그 욕구는 충족을 원하고, 또 그것이 충족되면 그 충족에 이어 더 높은 단계 또는 수준의 욕구들이 앞서 말한 대로 나타난다. 이것은 끊임없이 계속 상승 발전하는 체계를 갖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이런 현상은 학술적 이론이 아니어도 누구나 사랑해본 사람이면 경험으로 다 아는 것이다. 꼭 가르쳐주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안다. 그런데 사랑하면서 그런 욕구가 들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아메바이거나 짚신벌레일 것이다. 하지만 굳이 학술적 이론을 하나 쯤 들어야 제법 논리적인 이야기로 인식된다면 하나쯤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심리학자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이라는 이론이 바로 이와 유사한 이론이라 하겠다.


그런데 갑자기 음악 컬럼에서 삼천포로 빠져서 스킨십에 관한 엉뚱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무튼 노래 가사 가운데 스킨십의 진수라고 해도 될 만한 가사를 하나 소개하려 하다가 이렇게 삼천포로 온 것이다. 그래도 뭐 괜찮다. 스킨십이니까.  


스킨십과 관련된 곡은 <Come to my bedside my darling : 내 침대 곁으로 오세요. 내 사랑>이다. 이 곡은 1964년도 작곡되었는데, 워싱턴대학 동창 4명으로 이루어진 <브라더스 포>가 부른 노래이다. 실제 노래를 들어보면 솜사탕같이 부드럽고 아름다운데, 가사 내용은 더 압권이다.


Come to my bedside, my darling. 내 침대 곁으로 오세요. 내 사랑.

Come over here and gently close the door. 문을 살짝 닫고 이리로 오세요.

Lay your body soft and close beside me. 내 곁에 가까이 가만히 누워요.

and drop your petticoat upon the floor. 속치마는 마루 위에 벗어놓고요.


I've waited for you, oh, such a long time. 난 당신을 기다렸어요. 아주 오랫동안.

I plan a plan on every new day born. 날마다 계획을 세웠죠.

Words cannot express. 말로는 표현할 수 없어요.

one thing I'm sure of that it's in my loving arms where you belong.

당신이 있어야 할 곳은 내 품이라는 것을 확신해요.


Your breast has told my ear life's golden secrets.

당신의 가슴은 내 귀에 삶의 소중한 비밀을 말해 주었어요,

Your back has shown my fingers endless roads.

당신의 등은 나의 손가락에게 끝없는 길을 보여주었어요.

Your lips have whispered wisdom that is timeless about life and death and things that I never known.

당신의 입술은 삶과 죽음에 대한 영원한 지혜와 내가 알지 못했던 곳들에 대해 속삭여 주었어요.


Your eyes are bluer than the mountain waters.

당신의 눈은 깊은 산 속의 옹달샘보다 더 푸르고

Your hair is flowing dark and flowing long.

당신의 검은 머릿결은 길게 늘어뜨려지고

Your skin has more gold than a morning sunrise.

당신의 피부는 아침 햇살보다 더 황금빛을 띠고

And it's softer than the breeze of the summer's dawn.

여름날 이른 아침에 부는 산들바람보다 부드러워요.


 가사를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다방면의 스킨십이 다 나온다. 문닫고 들어와서 일단 침대에 누워서 속치마도 벗고 품에 안기라고 한다. 그리고 얼굴을 가슴에 묻고, 귀에 대고 밀어를 속삭이고, 등뼈의 골을 따라 손이 가고, 키스를 하고, 부드러운 살결을 어루만지는 그런 내용이다. 아무튼 노랫말이지만 좋겠다.

이와 비슷한 노래는 또 있다. 내용도 거의 비슷하기는 하지만 구체성은 좀 덜하다.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이라는 노래인데, 이 곡은 1970년 크리스 크리스토퍼슨(Kris Kristofferson)이 작곡해서 발표한 곡이다. 워낙 좋은 곡이다 보니 여러 가수가 부르기도 했다. 엘비스 프레슬리, 조안 바에즈, 스키터 데이비스, 앤디 윌리엄스, 노라 존스, 린 앤더슨, 올리비아 뉴튼 존, 탐 존스, 패티 페이지 등 수많은 가수들이 불렀다. 그런데 이 곡은 1972년에 글래디스 나이트 앤 핍스(Gladys Knight & The Pips)가 부른 것이 곡의 느낌과 가장 잘 맞는다고 평한다. 그 이유는 이들의 소울적 감성이 노래와 아주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가사를 한번 들여다 보자.


Take the ribbon from your hair.

당신 머리의 리본을 떼어내 보세요.

Shake it loose and let it fall.

리본을 흔들어 느슨하게 해서 늘어 뜨리세요.

Layin' soft up on my skin.

내게 살포시 누워 보세요.

Like the shadows on the wall.

벽에 비친 그림자처럼.

Come and lay down by my side.

이리 와서 내 옆에 누우세요

Till the early morning light.

아침 햇살이 비칠 때까지.

All I'm takin' is your time.

내가 원하는건 당신의 시간이에요.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

내가 이 밤을 지샐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I don't care who's right or wrong.

누가 옳은지 그른지 상관하지 않아요.

I don't try to understand.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아요.

Let the devil take tomorrow.

내일은 신경쓰지 말아요.

Lord tonight I need a friend.

주여! 오늘밤 난 친구가 필요해요.


Yesterday is dead and gone.

어제는 사라져 가버렸고.

And tomorrow's out of sight.

내일은 보이지도 않아요.

And it's sad to be alone.

홀로 있는 건 외로우니.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

이 밤을 지샐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Lord it's sad to be alone.

주여! 혼자 있기는 슬퍼요.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

이 밤을 지샐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각설하고, 사랑은 좋은 것이고, 또 스킨십은 정말 좋은 것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수많은 임상 실험 연구 결과들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느낌으로 아는 것이다. 또 모든 것을 다 차치하고서라도 스킨십 해보면 좋아죽을 것 같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만고의 진리이다. 그런데 어떻게 스킨십이 후진을 하느냐는 말이다. 자동차도 아니고...


아무튼 할 수만 있다면 스킨십 열심히 하라고 하고 싶다. 이 말을 덧붙여 주면서 말이다.


"스킨십 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세계음악 컬럼니스트 김선호>


 

https://youtu.be/QsPQoFZwTz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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