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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Dec 05. 2017

포르투갈의 영혼을 이어가는 사람들 (상)

파두의 여인

 


   프롤로그

  포르투갈을 여행했다고 하는데 파두 카페에 가서 파두를 안 들어보고 왔다고 하면 과연 제대로 포르투갈을 여행한 것이고, 또 포르투갈의 정서를 제대로 느끼고 온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만큼 포르투갈은 파두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 나라가 아닌가 싶다. 하기는 주마간산으로 이베리아 반도 패키지여행을 다녀오면서, 증명사진 몇 장 찍고 포르투갈을 바람처럼 지나가버리고 말았다면 도저히 어찌해볼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마치 세계사적으로 유서가 깊은 까보다 호카(Cabo da Roca)를 보려고 스페인에서부터 버스로 한없이 달려와서는 “볼 게 없다”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가슴 사무치는 파두 음악 CD 몇 장이라도 사서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베리아 반도의 끝으로 대서양을 바라보고 있는 까보다호카의 표지석. 여기에 까몽이스의 시가 쓰여있다.


  포르투갈을 상징하는 음악 파두(Fado)는 바다와는 떼어 놓으려 해도 떼어놓을 수 없는 숙명의 관계 속에 있다. 특히 파두는 바다에 얽힌 한(恨)을 담은 노래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정서가 이른바 우리의 한과 비슷한 ‘사우다드(Saudade)’라고 하겠다. 이 사우다드는 ‘나 홀로’를 뜻하는 라틴어 ‘Solum'에서 유래된 말인데, 원어의 뜻은 ‘강렬한 바람’이라고 한다. 실제 그 해석은 ‘향수’에 가깝지만 딱 맞아떨어지는 해석은 아니고 대강 비슷한 해석으로 보면 된다.
  파두에서 나타나는 처량함, 그리고 애절한 창법은 그런 ‘향수’와 ‘한’과 ‘숙명’을 잘 말해주고 있다. 또한 고음에서 독특하게 길게 늘여서 흔드는 이른바 ‘멜리스마’ 창법은 수세기에 걸쳐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해왔던 이슬람의 흔적이기도 하다. 이와 유사한 창법은 바로 스페인의 플라멩코에도 나타난다고 하겠다.  

  아무튼 이러한 파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리스본 파두이고, 다른 하나는 코임브라 파두이다. 이 가운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파두는 리스본 파두이다. 리스본 파두는 포르투갈의 수도인 리스본의 항구에서 발달한 노래로서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와 같은 정서가 배어있다. 쉽게 말해서 ‘뱃놈들이 여자를 울린다’는 것이다. 사실 뱃사람들이 울리고 싶어서 여자를 울리겠는가 만은 어쨌든 부두의 여인들 애환과 서러움이 배어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리스본 구시가지 알파마 지역에 있는 파두 하우스


 이런 파두가 본래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은 아니었다. 파두를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음악 장르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아말리아 호드레게스(Amalia Rodrigues : 1920년 7월 23일 - 1999년 10월 6일)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20년 리스본 항구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그녀는 부모와 떨어져 외가에서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어려서 리스본 부두에서 오렌지를 팔면서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38년 리스본에서 열린 파두 콩쿠르에서 눈에 띈 후 최고의 파두 하우스에서 교육을 받고 나서 대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녀의 이름과 함께 따라다닌다고 할 만큼 유명한 노래 ‘검은 돛배(Barco Negro)’는 당대 최고의 파두이기도 했다.


아말리아 호드리게스 음반 표지



  오늘날 파두는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제2의 아말리아 호드리게스가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포르투갈의 정서적 영혼을 이어가는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분명 파두가 포르투갈의 노래로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이미 국제적인 음악의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지금 시쳇말로 아주 ‘핫(Hot)'한 세계적인 파두 가수 대여섯 명을 살펴보려고 한다.


<세계음악 컬럼니스트 김선호>


리스본 시내를 구석구석 누비는 발갛고 노란 트램들

https://youtu.be/bKmCib5Ys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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