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여행기
5. 대서양의 시간이 말을 건네는 나라
포르투갈
오늘 나는 이베리아 반도 벼랑 끝에 서 있다.
유럽 서쪽의 마지막 대륙 이베리아 반도,
그리고 그 이베리아 반도가 끝나는 땅끝 마을 Cabo da Roca (까보 다 호카).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서사시인 카몽이스(Camoes)는
'Aqui Ondi a Terra se Acaba e o Mar Comeca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
이라고 했다.
까몽이스의 시. 그의 시는 대서양의 거친 바람을 부르고 있다.
이 시는 십자가 돌탑 뒤에 새겨져 있다. 머리통 넣고 인증샷 찍는 게 그냥 하기 싫었다. 바람 부는 까보 다 호카의 벼랑 꽃밭을 지나는 꾸냥을 핸펀 카메라에 담았다.
대서양의 바람이 그녀를 끌어안고 있다
뿌리치는 그녀의 머리카락은 허공을 가른다
그곳은 늘 꿈을 바다에 뭍는 끝이고 시작이다
그래
세상은 늘 끝이 있는 곳에 시작이 있고
또 시작이 있는 곳에 끝이 있다
그래서일까
끝은 너에게 있고 시작은 나에게 있다
또 시작은 너에게 있고 끝은 나에게 있다
그러면 대서양에서 잃은 너의 바람은
시작을 하는 곳으로 부는걸까
아니면 끝으로 부는걸까
아니야
그것은 어쩌면 악마의 입(Boca de Inferno)에서 부는 바람일거야
쉬운 이야기를 버리면
어려운 이야기가 시금치단처럼 묶여서 입에서 나오고
작은 오해가 생기면
악마는 즐거운 상상을 부추기고
주머니에 손 넣고 지켜볼거야
'Love is the answer' 일까 아닐까 하면서....
까보다 호카를 와보고 많은 관광객들이 말한다.
엄청난 시간을 달려 왔는데 볼 게 없다고...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까보다 호카는 피사체를 보러오는 곳이 아니라
역사 속에 살아 숨쉬는 '대항해시대'의 의미를 보러오는 곳이 아닐까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