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김선호
책을 펴고 겨울 제사를 두 번 지내면
귀신은 돌아오지 않고 일년을 간다
창호지 구멍 뚫린 사당에는
귀신이 살지않고 찬바람만 가끔 들른다
가상칠언을 다 외우지 못하는 하루
길을 떠나 고속도로 위에 있고
셀카에는 마른 풀과 하늘과 전기줄과 상고대가
따뜻한 이불을 들고 들어와 산다
주방의 후라이팬 위에 사는 새우는
기름을 뒤집어쓰고 벌겋게 춤을 추고
눈 덮힌 북한산에서 매일 길을 잃는 친구는
껍데기가 딱딱한 책을 찾아 돌아온다
책장 가득 꽂힌 책들 속에
몇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무슨 말을 나누며 지내고 있을까
펼친 페이지에 살아가는 사람들
손가락으로 꼽으며 숫자를 센다
숫자 만큼 손목을 때리는 꿈
금빛 계단을 걸어 올라간다
커피 세 수저와 설탕 세 수저와
유효기간이 지난 연유를 넣은 커피를 만들면
낮은 저음이 커피잔에 가라앉고
사랑을 찾고 있는 눈 쌓인 길이 보인다
이 알 수 없는 길을 죽을 때까지 가는 것은
어쩌면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일까 아닐까
그리고 참 !
책 속에 사는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