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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Dec 19. 2017

책 속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책 속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김선호



책을 펴고 겨울 제사를 두 번 지내면

귀신은 돌아오지 않고 일년을 간다

창호지 구멍 뚫린 사당에는

귀신이 살지않고 찬바람만 가끔 들른다


가상칠언을 다 외우지 못하는 하루

길을 떠나 고속도로 위에 있고

셀카에는 마른 풀과 하늘과 전기줄과 상고대가

따뜻한 이불을 들고 들어와 산다


주방의 후라이팬 위에 사는 새우는

기름을 뒤집어쓰고 벌겋게 춤을 추고

눈 덮힌 북한산에서 매일 길을 잃는 친구는

껍데기가 딱딱한 책을 찾아 돌아온다


책장 가득 꽂힌 책들 속에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무슨 말을 나누며 지내고 있을까


펼친 페이지에 살아가는 사람들

손가락으로 꼽으며 숫자를 센다

숫자 만큼 손목을 때리는 꿈

금빛 계단을 걸어 올라간다


커피 세 수저와 설탕 세 수저와

유효기간이 지난 연유를 넣은 커피를 만들면

낮은 저음이 커피잔에 가라앉고

사랑을 찾고 있는 눈 쌓인 길이 보인다


이 알 수 없는 길을 죽을 때까지 가는 것은

어쩌면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일까 아닐까

그리고 참 !

책 속에 사는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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