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토요일에 뭐하고 노니? / 김선호
뻐꾸기시계가 뻐꾹뻐꾹 토요일이래
매일 깊이 없는 일상 속에서
황무지같은 길을 하염없이 걷고 있지만
그 일상에서 가끔 눈 빠꼼히 내밀고
신기하게 밖을 볼 수 있는 날
그건 어쩌면 신기루를 잡는 노래일지도 몰라
또 가끔 뽀시락 뽀시락 거리면서
얇은 비닐 포장지를 손톱 끝으로 열고
네모난 카라멜 사탕을 꺼내 먹는 느낌
그러면 머리에는 다시
달랑달랑 지느러미 안테나가 돋아나고
손으로 쪽쪽 찢은 닭가슴살이 노래를 불러
하지만 튀긴 꼬꼬는 말이 없지
밀가루 묻힌 껍질이 입을 막아놨거든
대신에 어저께 카드나 현찰을 달라더라구
같이 먹는 쌉싸롬한 음료수에는
알콜이 4퍼센트 쯤 들어 있대
항상 제일 행복한 요일이 다가오면
술 취한 듯한 정신은 살살 기뻐하는데
정작 괘종시계는 불알을 엄청 빨리 흔들어
눈 깜박할 새 반나절이 가버리고
공허한 텔레비전만 저 혼자 신나서
별소리 다 지껄이면서 떠들어
지랄난거지 뭐
그게 발정은 아니라더라구
머리 속에서 지구가 돌고
베개 위에서는 하늘이 구름따라 휭 지나가고
따뜻한 온기는 몸을 놔주지않아
늙은 호박이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이불 속을 굴러
자꾸 움직이면 배도 고프긴 해
하지만 저울로 달아보면
배고픈 것보다 뒹구는 것이 더 무거워
마루에 심드렁하게 뒤집어진 강아지는
장난감도 싫고 사료도 싫고
똥만 한바가지 선물로 남겨놨네
아... 개새끼
나는 이쑤시개를 질겅질겅 씹는 개윤발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