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물로 표현해 본다면

스펀지는 내 친구

by 강소록

내 딸이 어릴 때 TV에서 즐겨 본 만화가 있었다.

그것은 '네모바지 스펀지밥'이다.

노란색 스펀지가 주인공인 그 만화를 함께 본 나도 참 재미가 있었던 기억이 있다.


노란색 스펀지.

가끔씩 물을 쭉 빨아들이면 엄청 커다란 대형 스펀지가 되기도 하고,

물이 없어 바짝 마르면 쪼그라들어 딱딱해져 버린다.


이런 스펀지가 바로 나를 떠올리게 하는 사물이다.


처음 이 스펀지가 머리에 스치듯 떠오른 후에는, 다른 사물이 아예 생각이 나질 않았다.

내 주변에 좀 더 고상하고, 그럴싸한, 이야기가 있을법한 사물이나 혹은 물건이 얼마든지 있을 텐데.


가까운 이들과 대화하다가도 내가 가끔 이런 말을 할 때가 있다.

" 내가 스펀지 같은 점이 있어서,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흡수하듯이 잘 듣지. 의심이나 거절을 잘 못해."


그렇다. 스펀지처럼 쭉쭉 빨아들이는 흡입력은, 지식이나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엔 유익하나,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무조건적 신뢰와 긍정적인 태도가 때로는 위험할 때도 있다.

그래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볼 때, 첫사랑도 실패하고 사기도 당하는 큰 실수를 겪었는지도 모른다.


내 아바타인 키다리 넓적한 노란 스펀지는, 해면같이 동그란 구멍이 듬성듬성 여러 개가 나 있다.

그 구멍으로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 작은 환기창문으로 들려오는 작은 새들의 노랫소리를 쭉 빨아들인다.


오늘은 무슨 맛있는걸 온몸으로 흡수할까 즐거운 고민을 하며, 오늘 하루 주시는 말씀을 감사함으로 받아먹는다.

흠, 내 스펀지가 빵빵하고 예쁘게 부풀었군.


어떤 날, 마음이 우울하고 슬픈 날은, 촉촉하고 예쁜 스펀지가 눈물을 흘리며 쭉쭉 짜 내서, 바짝 마르고 쭈글거리는 낙엽처럼 되고 만다.


그래도 씩씩하고 긍정적인 노랑스펀지는 맛있는 것도 먹고, 음악도 듣고, 글도 쓰면서 금세 빵빵하고 예쁜 모양의 스펀지가 된다.


내 친구 스펀지. 스펀지 같은 나.


나랑 친구로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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