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써니>가 나왔을 때, 영화 속 심은경이 맡았던 나미역할을 보고, 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시나리오 작가가 어쩜 나와 이렇게 유사한 캐릭터를 극 중에 사용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물론, 나는 국민학교 시절 칠공주파처럼 뭉쳐 다니면서 놀았는데, 영화내용에서는 시간적 배경이 고등학교 때이긴 하다.
그리고 비슷한 점이 또 하나 있는데, 나미를 도와준 일짱 친구춘화처럼, 나에게는 홍자라는 이름을 가진 비슷한 친구가 있었다.
키도 머리 하나는 더 크고 성숙했으며,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나는 건, 동네 시장에 있는 2층 롤라장에 놀러 갔을 때의 일이었다.
우리 칠공주파에서 키가 좀 큰 애들이 나를 포함해서 네 명정도였는데, 그중에서 당연히 홍자가 제일 키가 컸고, 롤라도 제일 잘 탔다. 그냥 잘 타는 정도가 아니라, 마이클잭슨이 문워킹하는 것처럼 뒤로 가면서 롤라를 슝슝 탔는데, 디스코음악 리듬에 맞춰 롤라를 타는 홍자의 모습이, 내겐 텔레비전에 나오는 김완선이었고, 마돈나 같았다!
나에게 웃으면서 이리 오라고 손짓하는데, 어기적 어기적 롤라바퀴는 왜 이리 무거운지, 또 바닥은 왜 오늘따라 미끌거리는지, 따라가기는커녕 제자리에서 몇 걸음 가다가 꽈당 넘어졌던 기억이 있다.
소위 시쳇말로 당시 홍자는 롤라장 죽순이였던 것이다.
나는 그래도 간신히 졸업식 때 우등상을 받기는 했으나, 공부를 못한 홍자는, 같이 진학했던 여자중학교를 함께 졸업하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된 1986년.
<응답하라 1988> 드라마를 보고 난 후, 주인공과 같은 나이, 같은 시대를 살았던 나는, 이 드라마를 너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왠열~? 이란 유행어도 그렇고, 정환이 아버지가 시시때때로 등장해 어이~김사장 반갑구먼, 반가워요 등등.. 죄다 나오는 코미디유행어가 나한테 익숙하고, 반가웠다.
게다가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서' 노래를 워크맨으로 야자시간에 몰래 들으면서, 가사 받아 적기를 했던 고2 때의 내가 생각났다.
하지만, 내가 응팔의 덕선이처럼 적극적이고 유쾌 발랄한 성격이었다면, 고2 때부터 시집살이 때 걸린다는 화병에 걸리진 않았을 거다.
나는 고등학교 때 차분하고 좀 내성적인 면이 있었다. 그래서 남에게 싫은 소리도 못하고, 하기 싫었던 반장을 맡아 억울한 일을 당했다가 참아서 화병 비슷한 우울증이 그때 당시 생긴것이다.
입시에 대한 불안과 함께, 학급학생들에게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성적도 떨어지고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정확한 원인을 알 수없던 엄마는, 일단 동네 세탁소를 하시는 집사님께 부탁해 수지침을 맞게 했다.
하나하나 뽑는 그 고통 속에서도, 당시 침을 뽑을 때 내가 센 숫자가 63개라고 아직도 기억한다.
그 유명한 63 빌딩이랑 숫자가 똑같으니까!
불행히도 몸은 그다지 좋아지진 않았고, 내신등급은 하향곡선을 그렸으며, 결국 원치 않는 대학에 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