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한국을 못 간 지 3년이 넘었다. 한국에 있는 지인들은 하나같이 해마다 날씨가 더 더워지는 것 같다고 한다. 무더운 날씨에 마스크까지 써야 하니 숨 쉬기조차 어려운 날들이 계속된다.
홍콩의 여름도 덥긴 마찬가지다. 이곳은 온도도 높고 습도도 높지만 가방에는 긴 옷을 꼭 챙겨 다녀야 한다. 어디를 들어가도 실내 온도가 너무 낮다 보니 냉방병을 조심해야 한다. 지나친 낭비라고 생각이 들만큼 추운 실내에 있다가 건축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볼 때면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신문 기사를 읽다가 '노동의 온도'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무더운 날씨에 야외에서 일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같은 여름이어도 훨씬 더 뜨거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
기후의 변화는 또 다른 빈부격차를 낳고 있다. 폭염 특보가 있어도 건설현장에서의 작업은 계속된다. 택배 기사들도 쉴 틈 없이 배달을 해야 한다. 전송망 관리 노동자는 50도가 넘는 탑승기에서 일을 한다. 야외 노동자들은 위험한 노동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쪽방촌에 살아가는 이들도 무더위 속에서 에어컨 없이 살아가고 있다. 에어컨을 장만해도 이웃들에게 미안해서 켜지 못한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실외기가 돌아가면 다른 집이 더 더워진다는 것이다.
모두가 살아갈 수 있는 적정 온도는 지켜져야 하지 않을까? 야외 노동자들에 대해서 일을 할 수 없는 더운 날씨에는 '작업중지권'이 지켜질 수 있기를, 적절한 휴식 시간이 보장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지나친 바람은 아닐 것이다.
기후 위기는 불운이 아닌 불의에 의한 인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기후의 위기로 인한 재난은 모두가 겪는 일이지만 그 크기는 불평등하다. 나의 소비의 습관과 생활의 방식이 누군가의 노동의 온도를 낮추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는 여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