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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란초 Oct 05. 2021

생일 주간을 보내며

가족의 의미

한 사람 안에는 온 인류가 있다. 그 안에 수많은 조상들이 있기 때문이다. 낳아준 이 없이 누군가가 존재할 수 없기에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국 인류의 시작과 맞닿아 있다. 한 사람 안에 온 우주가 담겨 있는 셈이다.


   3일 연속 남편, 아빠, 딸의 생일을 맞이했다. 5번째, 34번째, 64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다른 연령대의 삶을 관찰해보니 나이에 맞는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싶다.


   가족이란, 서로가 있기에 서로가 존재할 수 있는 관계이다. 소중한 이들의 생일을 축하하며 살아있음 자체가 얼마나 귀한 일인지를 돌아보게 된다. 살아가다 겪는 숱한 일들 속에서도 나를 필요로 하는 이들 덕택에 살아지는 것이 인생이지 싶다.


   남편의 생일을 맞이해 가족끼리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는데 그가 이런 말을 한다.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는데 오늘 아이들의 손을 잡고 걸으니 지금까지 살게 해 주신 하나님께 너무 감사하다고. 그 말이 무슨 마음인지 알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나도 남편에게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생일이라고 마냥 기뻐하는 딸아이의 천진난만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에도 행복이 번진다. 삶이 고해라지만 평탄하고 순탄한 삶이기를 기도한다. 혹여 힘든 일을 만나더라도 유년 시절의 따뜻한 기억의 편린들이 너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를 바란다.


   나는 아빠의 목소리만 들어도 코가 시큰거린다. 수술 부작용으로 후각을 잃으셨음에도 '우리 딸 냄새 맡고 싶다'라는 아빠의 간지러운 고백을 들으며 내가 아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재차 확인받는다.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아빠를 통해 배웠다.


   생일 주간을 보내며 삶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광활한 우주 보다 서로를 향한 마음 한 조각이 더 크게 다가오는 날들이다. 사랑하는 이들이 있기에 더 잘 살고 싶다는 욕심이 난다. 나를 지탱해주고 살아갈 이유가 되어주는 이들이 있음에 감사한 한 주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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