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있는 손기정과 남승룡을 보면서...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이 마라토너 손기정과 남승룡을 자국 메달리스트로 소개하고 있다"라는 뉴스가 꾸준히 보도된다. 신주쿠에 있는 올림픽 기념관에서 두 선수를 일본 선수로 소개한다는 내용이 주다. 똑같은 방식으로, 일본 축구박물관도 손기정과 남승룡을 언급하고 있다.
일본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본 축구가 처음으로 출전한 국제무대였고, 스웨덴을 상대로 국제무대 첫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해서 1936 베를린 올림픽을 소개하는 섹션은 다른 대회보다 훨씬 많은 전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은 각 올림픽 섹션에 해당 대회 메달리스트를 추가해 전시하고 있다. 1936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손기정과 남승룡 선수가 여기에 이름을 올린 배경이다. 물론 축구만 해도 한국인이 더 있다. 1936년 베를린은 축구선수 김용식이 일장기를 달고 뛰었던 대회기도 하다. 김용식 선수도 여기에서 만나볼 수 있다.
끝이 아니다. 김영근이란 선수도 있었다. 김용식과 함께 대표팀에 선발됐지만, 감독의 차별에 대표팀을 박차고 나왔던 선수였다. 도쿄 올림픽을 앞둔 일본 축구박물관, 1936 베를린 올림픽 섹션은 한국인 선수들이 그득하다. 1936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는 총 7명이라고 한다.
이웃국가 일본이 개최하는 올림픽. 일본은 재건과 부흥을 올림픽 전면에 내세웠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대회 취소까지 언급되고 있지만.
역시는 역시라고, 아무래도 일본이 한다니까, 니 놈들 얼마나 잘하나 한번 보자 하는 심정이 한국사회에는 있는 듯하다. 욱일기로 드러나는 제국주의 그림자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극우 어깃장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회복한 건지 회피하는지 모를 황당함도 대회 곳곳에 배어있다. 평화제전이 맞나 싶다. 이런 상황에 손기정, 남승룡 선수까지 자신들 메달리스트로 소개하고 있으니, 언론들이 열 받아 보도할 만하다.
IOC는 "안돼 안 바꿔줘 돌아가"라고 말하고 있다. ‘기테이 손(Kitei Son)’이라는 일본식 이름과 국적 '일본'을 손기정, 대한민국으로 바꿀 수 없다고. 올림픽 출전 '당시' 등록된 이름과 국적을 바꾸면 역사를 훼손할 수 있다고. 해서 남승룡 선수 이름은 '난 쇼류'로 기재돼 있다. XX
"손기정 남승룡이 일본 메달리스트로 소개되고 있어!"라는 보도를 접하면 화가 난다. 근데 화만 나고 끝나면 그것대로 또 화난다.
이런 상황이면, 독일처럼 최소한 한국식 이름과 한국이라는 국적을 병기해 달라는 요구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독일 쾰른에 독일 올림픽 기념관이 있다. 손기정 선수 모습은 베를린 올림픽을 상징하는 장면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다. 독일은 "한국인 손기정이 일장기를 달고, 기테이 손이라는 이름으로 뛰고 있다."라고 장면을 해설하고 있다. 독일어 못하지만, 대충 그런 의미인 듯하다.
독일 사례를 참고해 한국이 일본에 (한국 출신)이라는 내용을 병기해 달라는, 합리적인 선에서 대안을 할 수 있으면 어떨까? 물론 일본은 쌩까겠지만. 에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