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파리
마지막날 Gauthier와 오후 커피를 마시며 논쟁을 벌인 일이 있다.
낮에 인스타그램에서 "부모님과의 유럽 자유여행 후회해요"라는 어떤 커뮤니티 글의 캡처본 콘텐츠를 보게 되었다. 나도 마침 부모님 모시고 유럽 자유여행 중이라 그 콘텐츠를 관심 있게 읽어보았고, 혹시 엄마도 공감할까 싶어 엄마와 공유했다.
그 내용인즉슨, 글쓴이의 부모님께서 유럽 자유여행 노래를 했고, 글쓴이는 패키치 여행을 추천드렸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자유여행을 가기로 했다. 글쓴이는 대신 그것이 마냥 좋기만 한 게 아니라 여러 가지 힘든 일이 있을 수 있다고 단단히 경고를 했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부모님은 그 경고를 잊으셨는지 여행 내내 불평불만을 시전 했다는 것이다. (한편 엄마는 그 콘텐츠 속의 부모님이 했다는 말씀 중에 틀린 말은 없네, 하셨다. ㅎㅎ) 그리고 댓글은 그 글을 쓴 사람을 옹호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한국의 젊은 자녀들은 "역시 부모님과의 여행은 패키지다, "라는 걸 정답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아무튼 이 얘기를 재미 삼아 Gauthier에게 했더니 전혀 이해 못 하는 표정을 지으며 아시아인들이 패키지 유럽여행을 오고 여기 와서까지 한국 음식이나 중국 음식을 찾는 건 글쎄 여행도 아니라며, 유럽에서는 아무리 부모님 세대라고 하더라도 여행이라는 것은 자유여행인 것이 당연하고 다른 나라에 갔으면 그 나라 것을 즐겨야지 자기네 음식조차 찾지 않는다며 블라블라 하는 것이었다.
그 말에 나는 반론을 제기했다. 지금은 비슷하게 보일지 몰라도 50년 전의 유럽과 한국은 엄연히 다르며, 따라서 현재 유럽의 5060과 한국의 5060은 다르다, 유럽의 5060은 어느 정도 영어도 할 줄 알고 그들은 어릴 적부터 해외여행이라는 게 익숙하시겠지만, 한국의 5060은 영어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셨고 80년대까지만 해도 해외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자유로운 게 아니었기에 젊은 시절의 그런 경험이 없으며, 낯선 경험을 나이가 들어 처음 시도하는 건 쉬운 게 아니라고 말이다.
그러고 또 Gauthier는 아시아의 관광객들이 유명지만 띡띡 찍고 가는 여행은 바보 같다, 그건 여행을 하는 게 아니라 자랑거리만 만들고 싶은 심리다 뭐 그런 얘기도 했는데, 내가 아무리 유명지만 찍고 가는 여행이라 할지라도 그것이라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으며 그걸 네가 비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싸우는 건 아니고 대화였다.)
그리고 Gauthier가 화장실 간 사이 종린과 우리는 유럽인들이 아시아 여행에 가서 유럽 음식 안 찾는 건 자기들 음식이 별 거 없어 그런 거 아니겠냐 하며 웃었다.
사실 음식에 있어서는 확실히 동양권 국가들의 음식들이 서양 음식들보다 훨씬 종류도 많고 정교한 것 같기는 한데, 다 장단점이 있다. 하루종일 음식을 만들고 치우고 설거지하는 데 시간을 다 써버린 동양보다 무식한 음식을 재빨리 준비해서 재빨리 먹고 싸우러 나가고 넓은 세상으로 나간 서양에서 발전이 더 빨랐던 건 당연한 결과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