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nie Dec 09. 2023

0.1%의 교육과정 리더십

IB & KB 교육과정 실제 개선방향 탐구 (7)

IB 강의를 듣다 보면, IB강의를 하는 사람들이 IB를 너무나도 “극찬”하는 것에 대해 왠지 모를 반발심이 생길 수도 있다. 이번 수업에서는 IB를 도입한 학교의 학교장 선생님의 강연을 직접 들을 수 있었는데, IB를 경험한 사람들이 왜 그렇게 IB를 극찬하는지를 알 것 같았다. 그들이 그렇게 입이 마르도록 IB를 칭찬하는 것은, 그들이 직접 아이들의 변화를 목격하였고, 아이들의 눈빛과 태도의 변화를 본 이상 더 이상 머리로 IB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강연을 통해 느낀 것이 있다면 “교육과정 리더십”이라는 것이 이론상으로나 아니면 외국에만, 혹은 어떤 혁신적인 대안학교에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공립학교에도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교육과정 리더십이란, 학교 교육과정의 경영이 원활하게 전개될 수 있도록 발휘하게 하는 학교장 등 학교 관리자의 교육과정 지식, 수행능력, 도덕적 가치 및 태도 등의 역할수행과 학교 구성원이 학교 교육과정 경영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교육적 변화와 발전을 유도하고 설득하며 영향을 주는 총체적인 직무의 역할 수행이다(신화자, 2020).


강의를 하신 교장선생님께서 학교 교육과정 변화를 통해 학교 전체를 어떻게 획기적으로 바꾸셨는지에 대해 말씀하셔도 강의를 함께 듣고 있는 현직 교사분들은 쉬이 믿지 못하는 스탠스를 보이셨다. 그 이유는 그런 요구를 안 그래도 바쁜 교사들이 순순히 따를 리 없으며, 특히나 개인주의가 심한 교사 사회에서 모든 학교 구성원들이 같은 방향을 따른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이것을 처음 시작하는 얼마간은 정말 “욕을 먹어가며” 하셨다고 했다. 그러나 절반은 나를 욕한다 할지라도 그 와중에 이 미약한 도전과 시도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 그동안의 교육과정과 수업 방식에 대해 무언가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하고 있던 사람이 분명히 있게 마련이며, 그런 사람들이 한둘 생겨나다가 주류가 되어 문화가 조성되고 나면, 이제 그것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의 불만은 먹히지 않게 되는 것이다. 선배 교사가 후배 교사에게 “아, 나는 이렇게 하기 싫은데…”라고 했으나 후배 교사가 “저는 하고 싶은데요?” 하는 순간 이제 어쩔 도리가 없게 되는 것이다.


<엔트로피>와 <공감의 시대>의 저자 제레미 리프킨은 그동안 인류의 문명이 계속해서 발전해 온 역사를 보면 우리는 모든 인류가 협력하여 인류의 발전을 이루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라 0.1%의 창의적인 사람과, 그것을 알아보고 협력하여 함께 새로운 문명을 건설한 0.9%의 안목 있는 인간을 합하여 총 1%의 인간이 전체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끌어왔다고 말한다. 나머지 99%는 그저 처음에는 0.1%의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에 “말도 안 돼. 지금 좋은데 저런 게 왜 필요해?”와 같은 태도로 일관하다 1%의 인간들이 새로운 문명을 일구어냈을 때 “오, 좋은데?”하며 감탄만 한다고 한다. 포드가 자동차를 처음 만들었을 때 99%의 인간들은 기차는 몇백여 명이나 한 번에 실을 수 있는데 생산 단가는 훨씬 높으나 막상 몇 명 태우지도 못하는 자동차가 무슨 필요가 있냐며 비웃었고, 휴대폰이 처음 나왔을 때 99%의 인간들은 그건 특별한 사람만 쓰면 되지 않느냐며 우리는 삐삐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고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교육계 일부 당국과 학자들이 IB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그동안 매우 오랜 시간 지속된 우리나라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인 과도한 경쟁, 주입식 수업, 시험 중심 문화와 같은 교육 등을 해결하기 위한 개혁이 번번이 실패하였고, 실패 이유로는 교육 내용, 수업 방식, 평가 방식 중 어느 하나를 개혁하는 것으로는 결코 효과가 없다는 점이 꼽히며 이러한 경험이 누적된 가운데 IB 프로그램은 이 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서 동시에 바꿀 수 있는 ‘신약’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기 때문이다(Lee, M., Kim, H., & Wright, E., 2022). 그러나 99%의 교사 및 교육학자들은 그간의 실패에 이미 질려서인지, 현재의 상황이 영원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인지, 희망을 버린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관심이 없거나.


희망은 지금의 시대 상황에서 교육과정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하는 0.1%의 리더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0.9%의 교사와 교육학자들이 0.1%의 아이디어를 이해하고 미래를 확신하며 이에 동승한다. 그리고 이들은 반드시 우리나라 교육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다.



<참고문헌>

신화자(2020). 초등학교장의 교육과정 리더십에 관한 연구. 고려대학교 박사학위논문.

Lee, M., Kim, H., & Wright, E.(2022). The influx of 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 programmes into local education systems in Hong Kong, Singapore, and South Korea. Educational Review, 74(1), 131-150.


배경그림 출처: https://www.tes.com/magazine/leadership/tips-techniques/how-make-move-curriculum-leadership


이전 12화 교육에서 여백이 필요한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