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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ie Jul 30. 2024

우리나라 대학들은 어떤 조직 유형에 해당할까

필자가 대학에 몸담고 있는 것은 아니라 어느 한 대학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볼 수는 없으며, 잘 알아보려도 해도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과 관련된 정보에 대한 접근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그나마 <잘 가르치는 대학의 특징과 성공요인>에 등장한 몇몇 사례대학들은 본 저서의 연구자들이 문헌조사뿐 아니라 조직 내 다양한 집단의 면담과 현장 방문을 통하여 종합한 자료로, 한 대학에 대한 그나마 속사정을 알아볼 수 있는 자료였다. 따라서 여기서는 <잘 가르치는 대학의 특징과 성공요인>에 등장한 몇몇 대학들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1. 사례 대학들


1) HD대     


HD대는 전교생이 3,920명 정도 되는 소규모 대학으로 포항시의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강력한 기독교 문화를 공유하며 선후배, 교수진들까지도 함께 한 가족처럼 지낸다. 인성교육이나 리더십 훈련, 봉사활동을 중시하며 교수진의 열린 태도, 많은 팀 프로젝트, 기숙사 생활을 통해 공동체 생활을 다져 나간다. 전교생이 무전공으로 입학하여 서로 다른 전공 학생들 간의 협동 또한 활발히 일어난다.


HD대의 구성원들은 서로를 같은 비전을 공유하는 “동역자”로 인식한다. HD대의 모토는 “배워서 남 주자.”로 학생들도 각자가 뛰어나기 위해 공부하기보다는 서로를 위해 아낌없이 학습을 공유하며, 교수진은 매우 헌신적으로 학생 교육을 “사명”으로 생각한다. 즉, HD대의 조정 기제는 기독교 기반의 강력한 조직 문화이다. 


HD대는 이러한 뜻이 맞는 이들이 설립하였으며, 같은 뜻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고 교수를 임용하기 위해 힘쓴다. HD대는 기독교가 아닌 교수가 임용될 수 없고, 비기독교 학생이 입학은 가능하나 기독교 문화에 반드시 적응해야 한다. 이에 동의하지 않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구성원은 배제되는 것이다. 즉, HD대 내부 문화의 유연함, 수평적 사제관계와 교우관계는 그들의 기존 문화와 방향에 동의하고 적응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2) AJ대     


AJ대 또한 전교생이 1만 명이 채 되지 않는 대학으로, 수도권에 자리 잡고 있는 공대 중심의 소규모 대학이다. ‘AJ고등학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학부생 교육을 매우 철저하게 관리하며 교수진들도 이에 헌신적으로 임하고, 학생들도 학교에서 지지해 주는 만큼 잘 따르며 열심히 공부한다.  


한편 AJ대는 매우 혁신적인 면모가 있는데, 예를 들어 전공 간의 융합에 매우 선도적이다. “말 나오면 결국엔 된다.”라는 말이 있다. 다만 그것이 과연 얼마나 걸릴 것인가가 관건인데 AJ대는 이 진리를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AJ대는 뭐든지 일단 발 빠르게 시행하며, 이러한 것이 이미 오랜 시간 역사와 문화로 자리 잡았다. 또한 변화가 있다면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도 AJ대는 잘 알고 있으나 변화나 실패 자체에 크게 개의치 않아 하며 그저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편 혁신적 아이디어에 대해서 그냥 하는 것에 의의를 둔다거나, 하는 척한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AJ대는 아이디어의 타당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검토한다. 


AJ대가 이렇게 혁신을 이끄는 힘은 민주적인 소통에서부터 시작된다. 공감대 형성을 위하여 교수, 학생, 직원, 동문 등과의 의견수렴 과정이 이루어진다. 또한 AJ대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대화 자체는 모두 민주적인 회의나 마찬가지이다. AJ대 교수진은 쉬는 시간, 점심시간, 지나가는 시간에도 수업 이야기, 학생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주요 주제이며 일상적이다. 


무엇보다 AJ대의 이러한 모습의 기저에는 나름 “우직한 공돌이”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공대가 중심이 되는 AJ대의 특성상 의사결정 과정이 정치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투명하고 깔끔하게 되는 점이 있고, 뭔가를 해야 된다고 생각하면 그냥 해 나가는 것이 전반적인 문화로 자리 잡힌 것이다.      


3) KY     


KY대는 충청남도 논산에 위치한 전교생이 3,000명이 채 안 되는 지금까지 살펴본 대학 중 가장 소규모 대학이다. KY대는 마치 십 대 학생들을 대하듯이 학부생들을 대한다. 학생들을 강의실에서 지정 좌석에 앉도록 하고, 휴대폰을 수거하는 것 등이 그렇다. 이는 실질적으로 재학생들의 초기 수준이 높지 않고 학습 태도가 수동적이기 때문에 다소 강제적인 학습량 제고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이는 매우 현실적인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교수진과 직원들은 학생들을 “돌본다”라고 표현한다. 


한편 이러한 KY대의 시스템은 자발적인 조직 문화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리더의 강력하고 현실적인 목표 설정에 따른다. 즉, 조직 내부에서 공유하는 교육적·학문적 철학보다는 현실에 대한 타협과 양적 성장, 증거 기반 관리를 우선시한 데에 대한 결과이다. “평생 패밀리제도” 등 구성원 간의 끈끈한 관계마저 조직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수단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전문가 집단인 교수들이 이에 대한 저항을 가져올 수도 있으나, KY대의 교수진은 주로 기업 경력을 가진 교수진들로, 이들은 학계에만 몸 담아 온 교수진보다 조직의 목표설정과 그에 따른 조치에 수긍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4) TC대     


TC대학교는 경북 경산시에 위치한, 전교생이 1만 명을 넘는 나름 지방에서 규모가 있는 대학이다. TC대 학생들 역시 중고등학생 때까지 중위권 학생들로 딱히 눈에 띄거나 성공감을 맛본 경험이 적다. 그러나 TC대에 입학하며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원으로 많은 경험을 하며 작은 성공을 맛보고 있으며, 교수들에게 그간 받지 못한 큰 관심을 받아 가며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해 갔다. 또한 학교재단의 지원과 투자가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이루어진다. 


TC대의 경우 젊은 교수들을 대상으로 TC대와 같은 지방대학은 앞으로 10년, 15년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강하게 심었다. 젊은 교수들은 정년까지 진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대학의 존폐는 이들의 생존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TC대는 이러한 젊은 교수들에게 처장 자리를 맡기고 학교의 존폐와 발전 여부를 자신들의 삶 자체에 중요한 사안이 되도록 하였다. 이로써 젊은 교수들은 학교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학교 개혁에 적극 동참하게 되었다.      


5) KT대     


KT대 역시 AJ대처럼 공학 중심의 대학이다. 물론 AJ대보다는 연구공학보다는 실무공학 중심으로, 교육부가 아닌 고용노동부 산하의 대학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공학 중심의 대학인 경우 공대의 성격적 특성상 교우관계에 대한 점수가 낮게 나타나기도 하는데, KT대의 경우에는 교우관계에 대한 점수가 높다. 공대 중심 대학임에도 “우리”라든지 “가족”이라는 의식,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 여기에는 기숙사 생활이 중심이 된다는 점이 공대 중심 학교에서 관계성이 떨어질 수 있는 점을 보완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KT대는 높은 취업률을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인 취업의 질과 전공적합도가 잘 관리되며 이는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도록 하는 동기로 작용한다. 학교는 학생들의 심리검사를 “전수”검사할 만큼 학생들에게 신경을 많이 쓴다. 즉, 스스로 필요하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학생까지도 학교에서 먼저 나서서 관리해 주는 것이다. 이런 점은 낮은 중도탈락률로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6) CB대     


CB대는 재학생 수가 12,000명대를 넘는 학부교육 우수대학 선정 대학교 중 가장 규모가 큰 대학이며, 또한 유일한 국립대이기도 하다. 국립대의 사립대에 비해서 위기의식이 훨씬 덜하기 때문에 안일하게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CB대 또한 여느 국립대와 다르게 그렇게 특별했던 것은 아니다. 2011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평가에서 부실 대학으로 지정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러한 점에서 CB대의 경우 위기 자체를 기회로 만든 대표적인 사례 대학이나, 이러한 위기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움직임이 딱히 없었을 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CB대는 이렇게 위기의식을 공유했던 교수들의 헌신은 점점 옅어지고 기존의 국립대의 특성으로 돌아가고 있기도 하다. 특히 이 헌신에 가담했던 교수들은 신임 교수들일수록 자기 자신과 대학 조직과는 “상관없다”라고 생각하고 남남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2. 사례 대학들의 조직 유형

  

Birnbaum이 제시하고 있는 대학 거버넌스 모형과, 사례 대학들의 거버넌스가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다. 그리고 겉보기에는 다른 모형으로 착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의사결정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의 가장 거버넌스 모형을 유추할 수 있다. HD대와 AJ대는 “동료형” 조직으로 볼 수 있고, KY대, TC대, KT대는 “관료형” 조직으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CB대의 경우 “사이버네틱형” 조직으로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판단한 까닭을 논의해보고자 한다. 


HD대와 AJ대의 경우 그 문화나 분위기는 서로 매우 다르지만 어쨌든 조직 내의 움직임이 무언가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유된 문화로써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HD대의 경우 그 공유된 문화가 기독교 정신에 기반한 섬김, 사명, 헌신 등이고, AJ대의 경우 공대 특유의 문화에 기반하고 있다. 따라서 이 대학들의 구성원들은 서로 유사한 사고와 행위를 공유하며, 계속해서 유입되는 새로운 구성원들도 이러한 문화에 공유하는 이들을 끌어 모은다. 물론 이 대학들은 HD대의 경우 3,000명대, AJ대의 경우 9,000명대가 재학 중인 대학으로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이기에 여전히 이렇게 동료형 조직으로 유지될 수 있기도 하다. 특히 AJ대의 경우 여기서 규모가 더 커지거나, 인문대학 쪽을 더 확장시킨다면 지금까지의 공유된 문화로 더 이상 조직이 유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 


관료형 조직이라고 해서 꼭 강력한 리더십이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리더십보다는 표준업무지침과 내부 규칙과 규율이 더 강력한 조정 기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5가지의 고등교육조직 유형 중에서 리더십이 그나마 가장 강력하게 발휘될 수 있는 조직은 관료형 조직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의사 결정이 상하관계, 즉 “위계”에 의해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즉, 리더가 어떠한 지시를 내리면, 부하 직원들은 거기에 반발할 여지가 거의 없다. 따라서 대학 조직에서 총장의 지시에 교수진들이 따르는 경우, 그 조직은 5개 유형 중에서 관료형 조직으로 볼 수 있다. KY대의 경우 사례 대학 중 재학생 수가 가장 적은 소규모 대학임에도 관료제가 개입해야 했던 까닭은 구성원들의 동기부여가 자발적으로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은 규모에도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긍정적인 조직 문화가 적으면 여기에는 리더의 강력한 지시와 업무 지침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KT대의 경우 고용노동부 산하의 그야말로 취업 중심, 직업 교육 중심 대학이다. 이들에게 중시되는 것은 정해진 교육과정의 이수와 자격증의 취득과 직업의 획득이다. 즉, 이곳의 교육은 표준화된 교육과정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교수진들도 개별 전문성과 자율성보다는 표준화된 교육 내용과 방법으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KT대는 KY대, TC대와는 사뭇 다르지만 역시 관료형 조직으로 볼 수 있다.  


CB대를 사이버네틱형으로 본 것은, 결정적 위기, 즉 눈에 띄는 제약 조건의 미충족에 의해서 조직이 반응하였기 때문이다. CB대가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 평가에서 부실대학으로 지정된 것은 CB대의 온도조절장치의 퍼니스가 켜진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따라서 CB대는 온도가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였으며,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자 퍼니스가 점차 꺼지는 것 역시 경험하고 있다. 당분간 CB대가 극적인 위기를 또다시 겪지 않는다면, CB대의 구성원들은 자신을 조직과 동일시하지 않으며 자율적으로 활동하고 움직일 것이다.                          



<잘 가르치는 대학의 특징과 성공요인>에서 소개하고 있는 사례 대학들이 공통적으로 한계로 인식하고 있는 점은, 학생들이 졸업 후 사회에 나갔을 때 시키는 일은 잘하는데 “리더십, 창의성, 진취적 자세”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대학들은 “학부교육 우수대학”으로 선정된 대학들인데, 여기에 선정되도록 하는 지표 자체가 진취적 인재보다 수용적 인재를 기르는 교육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을 수도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이 대학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성공요인은 “포지셔닝”, 즉 “자기 객관화”를 굉장히 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 대학 학생들의 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까지의 아웃풋이 가능한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집중한다. 즉, 허황된 욕심은 내지 않고 자신의 위치에서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대학은 연구중심 대학과 교육중심 대학으로 공식적으로 구분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중에는 사실상 연구중심 대학으로서의 수요가 없으면서도(대학원생들이 유입되지 않음) 애매하게 연구중심 대학을 표방하는 대학들도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우리 정도 위치의 대학의 역할은 교육중심대학임을 명확하게 인정하고 이에 힘을 쏟는 대학들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위의 사례 대학들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학들로 보기에는 어렵다. 오히려 “특별한” 대학들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대규모 대학, 그리고 대표적인 연구중심 대학들은 조직의 규모가 매우 커서 전체 조직이 하나의 문화를 공유하고 있지 않고, 학과 별로 경쟁을 하기도 하며, 리더의 지시는 전혀 먹히지 않는 경우도 많다. 구조조정 기간 등 민감한 사항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에는 정치형 조직의 모형의 특성을 띄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무정부형 조직 모형의 특성을 띄기도 하고, CB대처럼 정말 심각한 위기를 겪을 때에는 사이버네틱형 조직 모형의 특성을 띄기도 할 것이다. 


요즈음은 고등교육의 위기의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공유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모든 리더와 조직들은 마치 무언가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을 갖게 되기 쉽다. 그러나 고등교육 조직 유형의 종류와 특성을 살펴본 이상, 어떤 대학에는 그러한 조치가 받아들여지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문제만 더 일으킬 수도 있다. 또한 그것이 조직의 성과로 눈에 띄지는 않지만 각 구성원들은 생각보다 잘하고 있을 수도 있다. 어떠한 혁신이나 개혁의 필요성을 느낀다면 가장 먼저 우리 조직의 유형이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우선되어야 하는 일일 것이다.      


<참고문헌>     

변기용, 김병찬, 배상훈, 이석열, 변수연, 전재은, 이미라(2015).  잘 가르치는 대학의 특징과 성공요인:  학부교육 우수대학 성공사례 보고서 I. 학지사.

변기용, 배상훈, 이석열, 변수연, 전재은, 전수빈(2017).  잘 가르치는 대학의 특징과 성공요인 2:  학부교육 우수대학 성공사례 보고서 II. 학지사.

Birnbaum, R. (1988). How colleges work. National Center for Postsecondary Governance and Finance.

대학알리미 https://www.academyinfo.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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