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믿음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참 발달 단계별로 새롭게 접하는 개념도 많다. 이유식 방식에도 종류가 있는 줄은 몰랐다. 엄마의 조리법에 따라 토핑 이유식, 밥솥 이유식, 사 먹인다면 시판 이유식, 그리고 아이를 먹이는 방식에 따라서는 떠먹이는 방식의 스푼피딩(spoon-feeding)과 아이주도 이유식이라 부르는 blw(baby-leading weaning)으로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 처음 이유식을 시작할 때 나의 접근 방식은 무조건 '간편하게'였다. 최대한 집에 있는 도구와 재료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아기 이유식을 제공하고자 했다. 많은 노력과 시간을 쓰고 싶지도 않았고 그럴 여유도 없었다.
처음엔 어떤 소아과 의사의 유튜브를 보고 미음부터 시작하여 첫날엔 한 스푼, 둘째 날 두 스푼 이렇게 서서히 시작했지만 아기가 워낙 잘 받아먹길래 며칠 후부터는 그냥 한 그릇씩, 우리 밥 먹을 때마다 이유식을 주었다. 예전에야 4개월부터 이유식을 시작하기도 해서 아기들 먹이는 게 쉽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던데, 요즘은 6개월이 다 차야 이유식을 시작하는 트렌드라 6개월이면 대부분의 아기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유식을 잘 받아먹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특히나 호기심이 많고 이미 4~5개월부터 어른들 먹는 것에 엄청난 호기심을 보이곤 했던 우리 아기는 이유식을 주는 대로 참 잘 먹어주었다.
그렇게 한 달가량 미음, 죽, 진밥 형태로 질감도 쭉쭉 올려 죽을 만들어 떠먹여 주었다. 그런데 이유식을 시작하고 한 달가량 지나고 7개월이 될 무렵, 이유식 먹이는 것이 점차 힘들어지는 시기가 왔다. 아기가 자꾸만 음식을 직접 만져보려 하거나 먹여주는 숟가락을 빼앗으려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숟가락 하나를 쥐어주고 다른 숟가락으로 먹이려고 하면, 자기가 쥔 숟가락을 씹고 뜯어보느라고 먹여줄 틈이 없었다.
하루는 음식을 너무 만져보고 싶어 하길래 어차피 버리려고 했던 냉장고에 좀 오래 둔 이유식을 그냥 아기의자에 달린 테이블에 쏟아주었는데, 그렇게 한 번 허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물론 그것을 허용해 준 순간, 아기가 그걸 차분하게 만져보는 것이 아니라 질퍽한 죽을 팍팍 치는 바람에 사방에 음식물을 튀기는 것을 보고 그 순간 후회하기도 했지만, 그 한 번의 수습이 곤란했던 게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이제 '엄마가 음식을 만지게 해 주는구나!'가 학습된 것인지, 그다음부터 이유식을 먹일 때마다 계속해서 음식을 만지게 해달라고 울고 떼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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