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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ie Jan 21. 2022

진로 결정은 몇살에 해야 할까?

고등학교 교육의 의미와 진로 결정

  과연 고등학교 입학 전에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정하는 것이 가능한가? 이에 앞서서 고등학교과정의 의미가 무엇일까, 하는 본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고등학교 과정을 중학교 과정의 연장으로 보아 보다 보편적이고 공통적인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넓은 진로 선택의 기회를 열어주고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대학진학 및 사회진출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즉 각자의 진로에 따른 보다 구체적이고 선택적인 교육의 되어야 하는가?

     

  고등학교 교육이 어떤 교육이 되어야 하느냐에 대해 먼저 답하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고등학교 교육이 진로 선택형 교육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 진로 맞춤형 교육의 부재로 자신의 적성과 무관한 전공을 선택해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나,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희망하나 그만한 준비가 교육에서 이루어지지 않아 방치된 학생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우선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을 선택해 대학을 진학한 경우는 그동안 어떤 교육을 받았느냐와 관계없이 당연히 있을 수 있는 경우라고 인정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학생들에 대해 대학 내의 다전공 프로그램이나 전과, 편입의 기회를 활짝 열어주어야 한다. 물론 지금도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나 문화적으로도 여전히 'second chance'에 대한 두려움이 큰 듯 하고 중간에 진로를 변경함으로써 지불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에 대한 부담도 있다.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특정 나이에 달성해야 하는 인생의 과업이 마치 정해진 것처럼 여기고 달성이 늦어지는 것을 도태되는 것으로 인식하곤 하는데 이에 대한 인식이 변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학 교육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여기에서 오는 부담감도 클 것인데, 따라서 대학 교육이 무상화되거나 다양하고 탄탄한 펀딩 제도가 있다면 학생들이 진학 이후에도 마음껏 진로 탐색을 하기에 좋을 것이다.  또한 자신의 전공적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이유는 진로 맞춤형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서라기보다는 학생들이 학교 안팎에서 꽉찬 스케줄로 인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고교 졸업 후 진학이 아니라 바로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경우, 고교 과정에서 산업계에 투입되기 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경우는 어떻게 할까? 이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산업계를 위한 교육은 학교가 아니라 산업계에서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 졸업 후 취업하는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요즈음 산업계에서 흔히 들려오는 말이 "뽑을 인재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계가 긴장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특정 산업 및 기업을 위한 교육은 직장에서 제공해야 하고 실제로 '뽑을 인재가 없다'고 느낀 기업들이 최근 자발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기 시작하고 있다. 교육과정이 노동시장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노동시장은 인구구조, 경제상황 등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며 변화 속도도 점점 더 가속화될 것인데 그때마다 교육과정이 변화해야 함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고등학교 교육이 진로 선택 및 맞춤형 교육이 될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다시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면, 만약 고교 입학 시에 진로에 따른 계열을 선택해야 한다고 하면, 그 나이대의 학생들이 과연  자신의 진로에 대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것에 대해 너무 무겁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 선생님은 진로 선택 시 "선택"이라는 것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의견을 말씀해주셨는데 이에 덧붙이면 "진로"라는 것 자체도 마치 진로나 직업이 인생의 전부인양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정한 노동을 해야 하고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일만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까운 주변만 살펴보더라도 자신의 꿈과 끼를 여전히 마음껏 펼치며 사는 어른들은 몇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한 것은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주어진 의무를 다하고 나름대로의 삶의 의미를 잘 해석할 줄 아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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