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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ie Apr 12. 2024

2022 개정 고등학교 교육과정 이해에 대한 토론문

1. 교육과정기준 문서의 독자는 누구인가?


교육과정 지침의 대부분 문장의 주어(학교는, 학교가)를 고려할 때 국가 교육과정 총론이 설정하고 있는 독자는 "학교"이다.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지침과 권고 사항이 학교 여건 별로 상이하게 운영된다면 학교선택권이 중요한 이슈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가 교육과정이 학생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친절히 안내되는 바가 없어, 학생들은 자신의 학교가 사실상 무엇을 제공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근거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 기준과 관계없이 단위학교에서 제공해 주는 수준이 접근 가능한 정보일 것이나, 이조차 입학 이후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교육과정 편성운영기준에는 우리가 논의한 집중이수제, 수준별 수업(공통수학, 공통영어 대신 기본수학, 기본영어), 대학과목 선이수제, 진로별 교육과정,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 등 학생들은 개별적 적성과 흥미에 맞게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 대부분은 구체적인 것은 시도교육청의 지침을 따르도록 하거나 학교의 여건에 맞게 하도록 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이러한 것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운영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2. 고교학점제를 위한 교육과정 개정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사실상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한 교육과정 개정이다. 학점제 이전에 사용하던 단위제는 17차시 수업당 1 단위, 학점제는 16차시 수업 당 1학점으로 제도 상 차이는 없다. 한편, 단위제든 학점제든 학년제와는 다소 대치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학점제는 학년에 관계없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을 때 그 장점이 잘 실현될 수 있다(김혜영, 홍후조, 2021). 그러나 여전히 학점제와 학년제는 함께 유지되고 있다.

또한 학점제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일정 성취 기준에 도달했을 때 학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개념상 고등학교 교육의 질 관리를 보다 확실히 보장할 수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총 이수 학점 수를 제시하면서 ‘고등학교 졸업을 위해’라는 말을 추가하였으며, 학교는 학생들이 학점의 인정 기준인 출석률 2/3 이상과 학업성취율 40% 이상을 충족하여 최소 192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학년을 유급시키는 것이 아니라 계절 학기나 보충학습 등을 통해 지원한다고 하고 있다. 계절 학기와 보충학습을 통해 부족한 점이 충분히 보완되지 않는다면, 이는 형식적인 질 관리 방안이 될 우려가 있다.   



3. 정말 학생들이 진로에 맞게 원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을까?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살아나려면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맞게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수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 고등학교 과목은 학교에서 선택하였으며, 학생들이 선택하는 구조는 현실적으로 아니었다. 고교학점제의 경우  어떤 과목을 개설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학교에 의해 결정되지만, 과목 개설 이후에 진행되는 수강 신청에 대한 부분은 전적으로 학생들에 의해 운영되므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예상할 수 있는데(박명희, 2021),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실제 사례가 궁금하다. 학교 간 공동 교육과정이나 원격으로 수강하는 과목 등에 대한 실제 사례 또한 궁금하다. 


* 공동교육과정의 어려움: 강사들의 여러 학교의 나이스 접근의 어려움, 수업관리를 위한 학생지도의 어려움, 학생 이동의 어려움, 학교별 서류양식의 상이함, 학교 간 학사일정 상이함 등(박명희, 2021) 



4. 2022 개정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시스템적 사고


시스템적 사고를 해볼 때, 2022 개정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보다 효율적이고 실효성 있게, 무엇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첫째,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기준은 학생과 학부모가 알아보기 쉽게 공개하여, 고등학교 교육에서 어떠한 혜택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한다. 둘째, 학교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기준을 바탕으로 학교별로 특화된 진로별 교육과정을 편성한다. 셋째, 학생과 학부모는 주변 학교들의 학교별 교과목 편성 현황에 따라 자신의 진로에 적합하고 유리한(원하는 과목이 개설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고등학교 1학년 진로집중학기를 별도로 두기보다는, 중학교 3학년 2학기에 시행하는 진로연계학기에서 희망 고등학교 탐색이 가능하도록 한다. 넷째, 해당 학기에 학점을 이수하지 못한 학생에 대해서는 계절 학기 등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이때에도 동일한 기준(⅔ 이상 출석, 학업성취도 40% 이상)을 적용하되, 이때에도 이수하지 못하면 다음 학년에 재이수하도록 한다. 한 과목에 대해 두 번 이상 과락하면 다른 과목 이수로 대체하도록 한다. 무학년제까지는 무리가 있겠지만, 3학년에 동일하게 졸업하지 못하는 경우는 학생에 따라서 자연히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교육부(2022). 2022 개정 고등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톺아보기. 교육부. 

교육부(2022).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해설(고등학교). 교육부. 

김혜영, 홍후조(2021). 미국 고교학점제의 특징과 한국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한 정책적 시사점: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운용 사례를 중심으로. 교육학연구, 56(1), 245-277.

박명희(2021). 공동교육과정 운영 실태 및 개선안: 대구지역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교육과정평가연구, 24(4), 31-58.

이민형, 최정순(2023). 고등학생의 진로⋅ 학업 설계 역량 신장을 위한 진로집중학기 교수⋅ 학습 지원 모형 개발 연구. 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 23(10), 6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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