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아기가 첫돌을 3주가량 남기고 있다. 첫돌 한두 달 전부터 아기의 돌 사진 촬영이 시작된다. 돌 촬영은 처음이었는데, 이 것 참 쉽지가 않았다. 우리가 계약한 상품은 2가지 콘셉트 사진, 한복 사진, 그리고 가족사진 패키지인데, 이미 사진관에 두 번이나 방문했지만 아직도 촬영을 다 마치지 못했다. 한 번에 아기가 그만큼 버텨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진관 스텝은 "아기들의 집중력이 엄청 짧아서요..." 했다.
아기의 집중력이라... 물론 사진을 촬영하는 상황에서는 그랬다. 아기를 자세 잡고 앉혀 놓으면 고작 몇 초만에 그 자리를 뜨고, 엄마 아빠를 찾고, 다른 데를 보고, 다른 것을 만지려 하고 난리였다.
그러나 아기의 하루를 온전히 관찰하면, 아기는 결코 집중력이 짧기만 하지는 않다. 특히, 엄마가 옆에 있고 안정된 상황에서 아기는 종종 하나의 놀이에 몰입하여 한참 동안이나 그 활동을 반복하곤 한다.
얼마 전에 아기가 갑 티슈의 티슈를 잔뜩 뽑아놓은 일이 있었다. 그 티슈들이 아까우니 나는 빈 재활용 통해 그 휴지들을 모아 내 책생에 올려 두었다. 그랬더니 아기는 그 통을 발견하고는, 휴지를 꺼냈다 집어넣었다를 한참이고 반복하며 놀았다.
다음으로 아기는 주전자를 발견했다. 주전자에 흥미를 보이길래 나는 주전자가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손잡이를 아기 손에 쥐어 주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주전자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를 또 한참이고 집중하여 반복하는 것이었다.
그러고도 장난감을 하나씩 택하여 공 넣고 빼기를 한참, 빙글빙글 돌아가는 원숭이 장난감을 가지고 원숭이 돌리기를 한참을 하였다.
최근에 받은 어린이집 가정통신문에 아기의 몰입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아기가 몰입하고 있을 때 아기는 공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아기의 놀이를 바라보니 참 기특하게 여겨졌다. 아기는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공부를 꽤 했기 때문이다.
아기가 무언가에 몰입하고 있을 때 엄마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아기가 엄마는 신경도 안 쓰고 한눈팔고 있으니 이 틈을 타서 딴짓을 해도 되겠지, 하고 생각하면 완전히 오산이다. 심지어 아기가 뒤돌아 있어도 말이다. 예부터 "엄마는 뒤통수에도 눈이 달렸어!"라는 말이 있었는데, 엄마만 뒤통수에 눈이 달린 게 아니다. 아기에게도 뒤통수에 눈이 달린 게 분명하다.
일단 엄마가 자리를 뜨면 곧바로 알아차리고는 하던 것을 멈추고 아기의 놀이는 '엄마 확보 프로젝트'로 바뀐다. 초보 엄마 시절, 아기가 혼자서 잘 놀고 있길래 옆에서 책이라도 읽을까, 하고 책을 펼쳤더니 아기의 흥미는 곧바로 엄마의 책으로 넘어와서 엄마의 책에 자신이 올라가거나 책 열고 닫기 놀이를 시작한다. 스마트폰도 못 본다. 엄마가 스마트폰을 꺼내 들면 아기는 곧바로 엄마 손의 스마트폰을 빼앗아 그것을 맛도 보고 가지고도 논다.
그렇다면 엄마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엄마의 할 일은 '아기 지켜보기'이다. 그저 가만히 앉아 집중하는 아기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어야 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바로 해야 할 일인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할 것 없다. 그것은 이전 글에 나온 '딥워크'를 위한 훈련이 되기도 하는 것이니까! 아기는 어지러운 세상에 잔뜩 산만해져 있는 엄마의 두뇌를 정상화시켜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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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켜보다 보면 요 쪼끄만 것이 얼굴의 근육을 탁 풀어놓고 몰입해 있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감탄스러워 사진이나 영상이라도 찍고 싶지만, 스마트폰을 가지러 자리를 뜨는 순간 그 몰입을 방해하게 되는 것이 싫어 꾹 참는다. 그래서 그 모습을 많이 남기지 못했다. 대신 너무 소중해서 이렇게 글로라도 남기는 것이다.
식탁에 앉아서 미아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바로 지금과 같은 순간들을 포착하며 생생하게 기억에 남겨두고 싶었다.
... 한껏 무언가에 열중하는 미아의 얼굴을 사진으로 남기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 스태퍼니 랜드, <조용한 희망> 중
아기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놀이나 상황에 대해서는 집중력이 3초도 안 되지만, 자신이 흥미를 가지고 선택한 활동에는 엄청난 집중력을 보인다. 즉, 아기는 자기 발달 과업을 스스로 찾아 열심히 연습한다. 다시 말해, 아기는 자기에게 지금 필요하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한다. 이것은 인간의 타고난 감각이며, 해치지만 않는다면 커서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그 대상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 공부가 어른들이 생각하는 그 "공부"가 아닐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이런 관점으로 아기의 모습을 바라보니 걱정이 하나도 없다. 나만 잘하면 되겠다고 생각한다. 아니, 이 소중한 것에 함부로 뭘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기의 타고난 이 놀라운 감각을 결코 해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아, 분명한 것은 아기가 아무 데서나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며, 안정감이 느껴지는 상황, 특히 엄마가 옆에서든 뒤에서든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모습을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충분한 안정감과 깊은 관심은 기본 전제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