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미국보다 먼저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하고, 이에 대한 경각심으로 미국에서는 그동안 발전시키던 경험중심 교육과정을 뒤로하고 학문중심 교육과정에 힘쓰기 시작했다는 것은 유명하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미국의 변화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학문중심 교육과정의 중심에는 브루너(Jerome Seymour Bruner, 1915-12016)가 있다. 브루너가 제시하는 교육의 과정의 특징을 몇가지 꼽아보고자 한다.
첫째, 브루너는 ‘무엇을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가’의 답으로 ‘지식의 구조’를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고 하였다. 즉, 교과의 구조, 교과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 또는 기본적이고 광범하고 강력한 ‘적용 가능성’을 아이디어 및 개념을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지식의 구조를 습득하고 나면, 관련된 새로운 문제들을 이 구조 및 아이디어에 비추어 해결하면서 지식의 폭이 확장되고 깊이가 심화될 수 있다고 하였다. 즉, ‘전이’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학습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보았다.
둘째, 학습의 태도에 관하여 ‘자신감’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자신감의 태도는 학습 방법으로 ‘발견학습’을 활용함으로써, 스스로 발견하는 희열을 경험하도록 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능력에 대하여 자신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일반적인 원리(구조, 개념, 아이디어)’를 학생 스스로 발견해 낼 수 있도록 하면 수업이 더욱 효율화될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교사나 교육과정 개발자들은 이러한 원리를 발견해 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셋째, 브루너가 제시한 핵심 가설에는 “어떤 교과든지 지적으로 올바른 형식으로 표현하면 어떤 발달단계에 있는 어떤 아동에게도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다.”라는 명제가 있다. 즉, 앞서 언급한 지식의 구조라든지, 일반적 원리라든지, 올바른 형식이라든지 그 교과의 핵심을 피아제가 제시하는 발달단계에 따라 그 수준에 맞추어서 어느 단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5학년 아동은 고등 수학의 원리가 담겨 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이를 함으로써 그 원리를 귀납적으로 깨닫고 그 원리를 응용해 놀이를 해나가다가, 나중에 적당한 발달단계가 되면 그 원리에 대한 수학 공식을 가르치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사나 교육과정 개발자들이 또한 할 일은 아동의 구체적 조작의 사고방식으로부터 지적으로 보다 적절한 사고방식으로 점진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라고 하였다.
브루너는 지식과 인지적 측면을 강조하지만 장시간 많은 양을 학습해야 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효율성”, 즉 단시간 최대의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그러한 교육과정과 교수와 학습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브루너의 교육 이론을 읽으며 이해하지 못한 채로 공부를 했을 때와, 원리를 이해하고 스스로 적용하고 응용하며 학습했을 때의 경험을 쉬이 떠올릴 수 있었다. 우리나라 교육에는 여전히 문제가 많지만 그중 하나는 ‘비효율성’에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어린시절의 장시간을 학습에 투자하지만, 이해가 결여된 채로 여러 지식들을 우겨넣는 공부를 하곤 한다. 이러한 지식은 학생들의 머릿속에서 확장되고 발전되기는 커녕 시험을 기점으로 사라지고 만다. 브루너를 공부한 교사와 교육과정 개발자들은 이제 아이들의 효율적 시간 활용을 위해, 그리고 그들이 소중한 어린 시절을 보다 의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각 교과의 ‘원리/구조/개념아이디어’를 알아내고, 그것을 아이들이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활동을 고안해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브루너가 자신의 이론을 집약하여 펴낸 <교육의 과정>의 초입에서는 “우리는 미국 사람, 즉 복잡한 세계 안에서 독특한 사고방식과 필요를 가지고 있는 미국 사람을 위한 교육과정을 구상하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으며 한국인들에게는 어떤 공부가 필요할까? 우리도 브루너의 이론을 적용하기 앞서 이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보아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Bruner, Jerome S. (Jerome Seymour)(2005). 브루너 교육의 과정. 서울: 배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