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교육협회(The 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의 중등교육의 기본원리(Cardinal Principles of Secondary Education)(1918)
본 보고서가 발표된 1918년은 “교육과정(Curriculum)”이라는 용어의 원조인 Bobbit의 <The Curriculum>이 출판되는 등 교육과정사에서 매우 중요한 해이다. 당시의 새로운 산업사회는 사람들의 일상의 모습을 많이 변화시켰고, 이에 따라 모든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학교교육이 요구되었다. 새로운 사회의 모습과 어른들의 살아가는 방식을 관찰하고 이에 따른 준비가 무엇일까에 대한 결과로 본 보고서에서 제안하고 있는 교육과정은 우리나라의 현재 관점에서 보아도 꽤 합리적이다. 오히려 현 교육현장은 100년 전에 제안된 과제조차 완수하지 못한 듯하다.
본 보고서에서는 가장 먼저 교육을 목적을 설명하기 위해 민주주의의 목적에 대하여 설명한다. 민주주의 이상은 개인과 사회가 서로에게서 성취감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민주주의의 목적은 모든 구성원들이 사회에 설계된 활동들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발전시키고, 그 동시에 사회 전체의 복지가 증진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주의에서의 교육은 개인이 사회에서의 자기 자리를 찾도록 하는 것이고, 그 자리를 이용하여 자신과 사회가 더 나은 목표로 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찾고 자신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성인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는 한 가족의 구성원이고, 한 직장의 구성원이고, 각종 단체의 회원이다. 또한 자신의 삶을 즐기고 앞선 세가지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를 능률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여가 시간도 가져야 하고, 이 모든 의무와 여가를 위해서는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앞의 모든 활동과 더불어 생활의 기본 도구가 되는 말하기, 읽기, 쓰기, 셈하기 등의 과정이 있으며 모든 목적은 윤리의식에 기초해야 한다. 이를 근거로 본 보고서에서는 교육 목적을 다음 7가지로 제시한다. 바로 1) 건강한 사람 기르기(Health), 2) 기초 학습 능력 기르기(Command of fundamental processes), 3)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익히기(Worthy home-membership), 4) 직업준비하기(Vocation), 5) 시민성 함양하기(Citizenship), 6) 여가 선용하기(Worthy use of leisure), 7) 윤리적 품성 기르기(ethical character)이다.
100년도 전에 제시된 이 교육 목적들은 현대 사회에 대입해보아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2) 기초 학습 능력 기르기’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교육목적들을 학교교육과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교육을 둘러싼 사회에서 모두 놓치고 있는 듯하다.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중등학생들은 건강이라든가 시민성, 여가, 윤리는 모두 대입시를 해결한 이후의 삶으로 미뤄놓도록 강요받는다. 건강교육은 커녕 하루 15시간을 교실에 앉아 있는 생활을 버티기 위한 카페인 과다 섭취와 불규칙적 식습관, 수면부족, 운동부족이 되려 당연시 여겨진다. 요즘 젊은이들은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보다는 자기자신의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이기심을 교육받고 있다. 산후우울증, 육아우울증, 남녀간 혐오 등이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것이 다른 이유가 아니라 학교안팎에서 가족구성원이 되기 위한 교육적 대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당연한 결과이다. 가정에서는 버릇없고 신경질적인 아이를 ‘공부하는 사람이 왕’이라면서 다 받아주고 나중에 좋은 대학을 간 후에 착해지길 바라는데,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여가를 누리는 법을 배우지 못한 학생들은 타인들에게 칭송받는 소위 ‘성공적인 삶’을 일궈낸 후에 무기력증을 앓는다. 직업에 대한 준비 없이 고등학교든 대학교든 졸업하고 방치되는 경우는 워낙 많이 언급되고 있으므로 말을 줄인다.
성인들이 보이는 다양한 문제들은 어린시절 학교교육에서 적절한 교육으로 예방할 수 있었던 경우가 많다. 학교교육에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학교교육의 목적을 너무 축소해서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본 보고서의 첫머리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중등교육은 사회의 다른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보수적이며 변화에 저항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요구가 제기될 때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불규칙적인 간격으로 대규모의 개혁의 필요성을 초래하게 된다.” 그런데 현재는 그때그때 대응하지 못한 것을 너머 불규칙적 간격의 대규모 개혁조차 이루지 못하고 있다.
참고문헌
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 of the United States. (1918). Cardinal principles of secondary education. District of Columbia: [s.n.].
그림 출처: https://www.timetoast.com/timelines/educational-history-1900s-pres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