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교육학 하위 학문 중 유일하게 모학문이 없는 교육과정이 학문으로서 논의되기 시작한 이래의 100년의 역사를 담고 있다. 학문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기술’을 배우는 학문이 있는가 하면 ‘콘텐츠(현상)’을 바라보는 학문이 있다. 교육학과를 졸업하면서 나는 한차례 깊은 허탈감에 빠졌는데, 대학을 졸업했는데도 내게 아무런 전문성이 없다,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건 당연했다. 교육학은 ‘기술’을 배우는 학문이 아니라 ‘콘텐츠’에 대한 학문이었다. 즉, 교육이라는 현상을 여러 타학문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 자체가 본 학문의 속성이었다. 그리고 타학문을 도구 삼아 ‘교육’이라는 현상을 바라볼 때 그것은 각각 교육학 하위 학문으로 자리잡는다.
교육현상을 구성하는 주체는 여러 범위가 있다. 개개인이 있고, 학교를 기준으로 한다면 한 시간의 수업이 있고, 한 학급이 있고, 한 학교가 있고 국가가 있다. 교육심리학은 개개인을 탐구하고, 교육공학은 한 시간의 수업을 탐구하며, 교육사회학이나 교육행정학은 학급 이상의 조직을 탐구한다. 나무를 보는 것보다 숲을 보는 것이 적성에 맞는 나는 교육을 최대한 넓게 보기를 원했고 교육과정학 담당 교수님이 부재했던 학부에서 교육심리학이나 교육공학에는 사실상 큰 관심이 없었고, 교육사회학과 교육행정학 중에서는 그래도 실질적으로 무언가 해볼 수 있겠다, 싶었던 교육행정학 분과를 선택하여 활동하였다. 그러나 교육행정학에는 내가 생각한 교육에서 무언가 빠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교육과정학을 알게 된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어느 모학문 혹은 타학문의 안경을 빌리지 않고 교육 자체, 핵심을 탐구하는 학문이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교육과정학이었다.
교육과정의 핵심질문인 ‘무엇을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가?’는 곧 ‘무엇이 가치 있고, 왜 그러한가?’이며 결국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를 탐구하는 것과 연관된다. 이 책에서는 따라서 우리의 삶이 그렇듯 교육과정학은 간학문적이어야 한다고 한다. 즉, 교육과정학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모든 삶의 영역을 포함하기 위하여 예술, 인문학, 사회학, 철학, 역사, 과학, 직업 등의 영역으로부터의 통찰력을 요한다는 것이다. 교육학은 결국 인생학이고 교육학자는 모든 학문 아울러 볼 수 있어야 하며 또 학생들의 교육 이전과 이후를 모두 알아야 하므로 전 연령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1980~1989년의 교육과정 사상과 문헌에는 Beyer 등(1989)이 탐구한 교사 양성 교육의 가능성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즉, 당시 교육과정 개혁을 실행하는 수단으로 교사 교육과 전문성 개발이 장려되었다고 한다. Nissen은 그의 편저(1981)에서 교사가 어떻게 자격증을 받는가에 대한 것이 교육적 변화를 초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하였고, Widen과 Andrews(1987)는 교사의 정체성 형성에 초점을 두는 교사개발론을 조망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당시 교육과정이 1) 학교나 학문 내용의 공식적인 목록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2) 교사와 학생들에 의해 개별적으로 표현되는 것이고, 3) 교사나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읽고 해석하는 것이라는 개념을 수용하는 경향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교육과정 개발에서 고려하는 사회, 학습자, 교과의 세 측면에서 어느 것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가, 를 떠올릴 때 교육과정 문서를 생각해보면 ‘사회’가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결국 교육과정 문서에 무엇이 쓰여있느냐보다는 교육과정이 실제로 어떻게 이해되고 실천되어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느냐가 관건인 점을 생각하면 ‘교과’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각 교과의 교사가 교육과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이다. 아무리 교육과정 문서가 정교하게 바뀌어도 교사가 그것을 잘 보지도 않고 하던대로만 한다면 교육과정 문서는 소용이 없는 것이다.
진정한 교육의 개혁을 위한 교사 양성 체계나 교사 자격 수여 기준의 변화는 교육과정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을 가장 중점으로 해야 할 것이다. 교육과정은 교육 및 교육학 그 자체이고, 교육학은 인생 그 자체이므로 우리가 꿈꾸는 교육에 실제로 한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Schubert, W. H. (2009). 교육과정 100년. 서울: 학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