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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인산 Oct 24. 2021

타이항(太行) 너머 샨시(山西)로..

北京回忆(lll) @photo 핑야오 고성

라오동지에(劳动节) 연휴가 시작되었다. 중국 3대 연휴의 하나인 라오동지에(5.1)을 맞아 4월 말부터 거리엔 춘절(음력 1.1)이나 국경절(10.1) 때처럼 크고 작은 짐을 꾸려 메고 고향으로 가려는 사람들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이들 기념일은 원래 3일간의 공휴일이지만, 주 5일제 근무를 실시하고 있어 휴일인 토요일과 일요일을 미리 혹은 나중에 대체 근무하여 7일 동안의 연휴로 활용하고 있다. 공산당, 노동자, 농민, 소자산계급, 민족 자산계급을 각각 상징하는 중국 오성홍기의 다섯 개의 별, 명실이 상부한 지 여부는 알 길이 없으나 노동자 위상이 각별함을 암시해 주고 있다.


평소 단조롭고 긴장된 업무로 몸과 마음에 쌓인 피로가 적지 않아 휴식을 취하고 싶지만, 1주일이나 되는 연휴 동안 집에만 붙어 있자니 오히려 지루함으로 피로가 더 할 것 같았다. 궁리 끝에 일상을 잠시 벗어나 마음을 비워보고자 중국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지역의 하나로 북경에서 멀지 않은 산서성 패키지 여행에 합류했다.


개략적인 일정은 北京 工人體育館 출발하여, 大同(운강석굴), 渾源 (恒山 현공사), 오대산(보살정, 현공사, 광화사, 탑원사, 만불각), 핑야오 고성(平遙古城), 상가 광원(常家廣園), 진츠(晉祠), 동호 식초 문화원(東湖酸文化園) 등의 순서로 짜여져 있다.


북경의 서쪽 타이항 산맥(太行山脈) 너머 샨시(山西) 지역 패키지 투어에 오르는 날이다. 오전 5시경 일어나 창 밖을 보니 날씨가 쾌청하다. 세수를 하고 여행 준비물을 챙겨 집을 나서서 택시로 공인체육관(工人体育场) 앞으로 갔다. 학교 후배 L과 그의 동료, 지난주에 인천에서 배편으로 천진을 통해 들어왔다는 G 씨, 대련의 J 씨 등 이번 투어에 참가한 한국인들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한국인 6명, 일본인 여성 3명, 그리고 가족단위 중국인 20여 명 등 투어 그룹 총 30명이 버스에 올라 6시 반경 따통을 향하여 출발했다.


세계 최대의 탄광 지대로 알려진 삭막한 도시 따통(大同)에 도착했다. 점심 때라 예약된 식당으로 들어섰는데 마침 결혼식 피로연이 행해지고 있다. 행복해 하는 신랑 신부, 그들을 축복하는 하객들, 신랑 신부에게 짓궂은 행동을 요구하며 피로연을 이끄는 사회자 등 결혼식 모습이 우리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북경 유리창 화방에서 구입한 그림 '태행산의 추색'


여행의 첫 기착지는 따통의 윈깡석굴(雲崗石窟)이다. 굴은 선비족의 나라 북위가 398년 수도로 삼았던 따통의 중심부에서 서쪽으로 15km쯤 떨어진 우저우 강(武州江) 북안에 자리한다. 사암 절벽 약 1km에 석굴 42개가 빼곡히 조성된 중국 최대의 석굴 사원이다. 석굴이 앞 반듯한 돌로 포장된 너른 광장 위로 내리비치는 햇빛이 강렬다.


암벽 가까이 다가가서 석굴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화려한 색채와 다양한 모습의 거대한 불상들이 석굴 안팎 벽면에 새겨져 있고, 싯달타의 일생을 석굴 안쪽 벽과 천장 전체에 걸쳐 아로새겨 놓은 곳도 있다. 수박 겉핥기 하듯 주섬주섬 석굴을 둘러보고 다음 행선지인 현공사(悬空寺)를 향해 출발했다.


헝산(恒山) 자락 협곡 한쪽 면 바위 절벽에 구멍을 뚫고 기둥을 받쳐 세운 현공사(縣空寺)는 491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여러 차례의 증개축을 거쳤다고 한다. 수직 절벽에 층층 난간을 받쳐 세우고 벽을 깎아 불상을 앉힌 좁은 난간에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오금이 저리고 아찔한 스릴감이 느껴진다. 이러한 지형에 사찰을 세울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의아할 따름이다. 삼교전(三教殿) 안에 석가모니, 공자, 노자 형상이 안치되어 있어 이 사찰이 유불도 3대 사상을 모두 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통 남쪽 오대산(五台山) 쪽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신저우(忻州)의 한 여관에 짐을 내리고 첫날을 묵었다. 읍(邑) 정도 규모의 작은 마을로 온천이 있어 따통과 타이위안을 여행하는 투어객들의 숙박지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다음날 6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들고 7시경 버스에 올라 우타이샨(五台山)으로 향했다. 샨시(山西)의 토양은 거친 사암질이다. 오랫동안 빗물에 씻기고 깊이 파여 불규칙한 구릉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고 산이란 산은 나무는 고사하고 잡초도 잘 자라지 않아 황량하기 그지없다. 따통에서 우타이샨을 거쳐 남쪽의 타이위안으로 향하는 길 넓은 평원 5월 답게 제법 푸르른 빛을 띠고 있다.



우타이샨은 중국의 불교 성지로 전성기 때엔 560여 개의 사찰이 번성했다고 하는데, 현재 약 200여 개의 사찰이 남아 있다고 한다. 우타이샨에 접어들면서 청나라 순치제(順治帝, 재위 1643-1661) 출가처와 일주문처럼 생긴 대형 입구를 지났다. 내리막길을 30여 분 달린 버스가 오대산에서 제일 규모가 큰 탑이 있는 탑원사 부근 여러 사찰들이 모여있는 곳에 도착했다.

오일절 연휴 수많은 여행객들을 태우고 온 크고 작은 차량들이 주차장을 빽빽이 채우고 있고 사찰로 향하는 골목들은 여행객들로 넘쳐난다. 문수보살의 현신이 있다는 보살정과 현통사, 광화사, 탑원사 등을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둘러보았다.

오후 4시가 지나서 타이위안으로 출발하여 8시 반경 '지광 반점(地曠飯店)'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식당에서 저녁을 들고, '철도주점(鐵道酒店)'이라는 숙소에 짐을 풀고 하루 여정을 마감했다. 철도주점은 십여 층의 규모에 비해 시내 중심부 몇몇 고급 호텔과는 달리 단체 여행객을 받는 하급 호텔로 전락한 모습이 역력하다. 건물 내 사우나 등 편의시설은 간판만 붙어 있을 뿐 문은 닫혀 있다. 시설과 서비스는 별 볼 일 없지만 객실은 제법 크고 조용한 편이다. 피곤한 몸이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아침 첫 행선지 핑야오고성(平遥古城)으로 향했다. 명나라 때 쌓은 성으로 그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넓은 성 안의 골목들과 중국 최초의 금융회사라고 알려진 일승창(日昇昌) 옛 건물 등 의미 깊은 유적지들을 두어 시간 동안 둘러보았다.

서문 앞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들었다. 삼층으로 된 식당 안은 음식을 나르는 분주한 손길의 종업원들과 테이블을 가득 채운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식사 후 차(茶) 무역 등으로 몇 대에 걸쳐 번영을 구가했던 상 씨(常氏) 집안의 구거인 상가원(常家園)을 둘러보았다. 그 규모와 체계적이고도 섬세한 건축물들과 많은 소장품들이 감탄을 자아낸다.

마지막 날까지 내내 맑은 날이다. 이곳을 둘러보지 않고 태원을 여행했다고 할 수 없다는 곳, 진(晉)을 개국한 당숙우(唐叔虞)와 그의 어머니 읍강(邑姜)을 위해 지은 사당인 진사(晉祠)로 향했다. 평요고성이나 상가원 등 벽돌로 된 건축물을 둘러볼 때의 차갑고 무거운 느낌과는 달리 이곳의 목조 건축물들과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고목들이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성모전 내부 화려한 채색의 읍강과 시녀들 소상, 수령 3천 년이 넘는 주백(周柏), 수 천 년 동안 마르지 않았다는 현자산(懸慈山)에서 흘러내려오는 난노천(難老泉) 등 삼절(三絶)과 어소비량(魚沼飛梁), 헌정(獻展) 등 건축물들을 둘러보았다. 어소비량(魚沼飛梁)은 항주의 영은사 탑, 카이펑의 번탑과 함께 송나라 시대 대표적인 건축물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고려시대와 동시대인 송대에 지어진 건축물을 눈앞에 마주하는 감흥이 남다르다.

3박 4일의 꿈같았던 여행을 마감하고 타이위안 시내를 경유하여 베이징을 향해 7시간의 긴 귀로에 오른다.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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