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_修理山을 오르며]
산비탈 약수터 지나
관모봉(冠帽峯) 오르는 길 가파르다.
산정(山頂) 아래 능선은
저편 또 다른 산정으로 내달리고
홀로 깃발은 구름에 닿을 듯 나부낀다.
태을봉(太乙峯) 위세 독수리 같고
병풍바위 칼바위 넘는 길 힘겨운데
슬기봉 다다르니 마음은 오히려 가뿐하다.
이마에 솟은 굵은 땀방울처럼
긴 여름 알알이 영근 포도(葡萄)는
쓴 입 속에서 단맛을 토해놓는다.
때 이른 하산 길 아쉬움
상연사(祥然寺) 계곡처럼 깊은데
하늘 가린 가죽나무는 말없이 미소 짓는다.
저만치 처서가 지나는 길목에
막바지 더위가 치기를 부리고
산등성이 위에는 계절이 미끄럼질 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