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첸이페이(陈逸飞)의 《야연(夜宴)》1991年 作
지난 4월 26일 상하이 푸동미술관에서 개막된 첸이페이(陈逸飞, 1946–2005) 회고전이 금년 10월 12까지 열린다는 소식이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쓸던 2021년 세모에 상하이 근교에 자리한 수향(水鄕) 저우좡 구쩐(周庄 古镇)에서 그의 작품 《황금세월(黄金岁月)》을 만난 기억이 아직까지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저우좡은 사실주의와 낭만주의를 결합한 독특한 화풍으로 국제적 명성을 떨친 첸이페이의 1983년 작 《고향의 추억(故乡的回忆)》으로 인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민간 자선구호 시설이었던 심 씨 의장이 첸이페이를 기리기 위한 장소로 바뀌어, 그 내부에 그의 유품과 몇몇 작품(모사)이 전시되고 있었던 것이다.
《황금세월(黄金岁月)》은 첸이페이의 대표작 중 하나로, 그가 상하이의 근대기를 회고하는 《상하이 옛 꿈(上海旧梦; Old Dreams of Shanghai) No.1》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이 시리즈는 1920~30년대 상하이의 사교문화와 상류사회 분위기를 주로 다루며, 그 안에서 중국의 전통과 근대가 교차하던 시기의 정서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마작 테이블을 중심으로 인물을 원형 배치해 시선의 회전과 내면적 긴장감을 동시에 보여주는 구도를 취한다. 화면 구석구석이 감정의 흐름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뜻하면서도 묵직한 황갈색 계열의 조명은 상하이의 황금기를 암시하면서, 동시에 흐릿해진 지난날에 대한 회상과 내면의 그리움을 표현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인물의 피부, 옷감, 테이블 표면 등은 섬세하게 묘사되었지만, 배경은 비교적 거칠고 흐릿한 질감과 붓 터치로 처리하여 시간의 거리감을 표현했다. 그림 속 각 인물을 서로 간에 눈길을 마주치지 않고 마작판 위에 눈과 신경을 고정시켜 놓아, 심리극적인 긴장감이 느껴지도록 배치되어 있다.
이 작품의 주제는 겉으로는 사교적 유희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상류층 여성들의 내면 풍경과 사회적 위치를 조망한다. 남성은 한 명뿐이며, 감정적으로 거리감을 유지한 채 중심에 위치한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러 여성을 마작판이라는 한자리에 앉혀 감정을 감춘 절제 속에 긴장감을 이끌어 내는 절묘한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물들의 눈빛은 서로 교차되지 않는다. 모두가 마치 각자의 기억, 사연, 욕망에 갇혀 있어, 하나의 게임에 몰입해 있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고립된 개인들의 초상처럼 보이게 한다. 그림 속의 정적(靜)은 사라져 버린 황금시대의 상하이에 대한 그리움의 무게로 해석될 수 있다.
첸이페이는 서양 사실주의 화법과 동양적 정서를 결합한 대표적인 화가로, 중국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가교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특히 《황금세월(黄金岁月)》은 지나간 한 시대의 ‘정신’을 회화적으로 복원하고, 그림의 중심에 여성들을 배치하여 여성들의 사회적 역할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의미도 가진다.
《황금세월(黄金岁月)》은 회화적 아름다움과 기법적 완성도와 함께 한 시대의 심리, 기억, 긴장, 정서를 조용히 복원하는 작품이다. 작품 속 인물들의 침묵은, 오히려 화려했던 황금기의 상하이에 대해 희미해진 우리들의 기억에 무한한 궁금증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2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