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거나 어렵거나 더러운
사진: 영화 <Life of Pi> 한 장면
예전에 한때 ‘3D’라는 단어가 크게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이 말은 지저분하다는 dirty, 힘들다는 difficult, 위험하다는 dangerous의 영문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로 1980년대 이후 소득 수준과 생활수준이 급격히 향상되면서 누구나가 기피하는 직업을 일컫는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하고 어학능력 등 사회에서 요구하는 소위 갖가지 ‘스펙(Specification)' 쌓기에도 열을 올리지만, 정작 자신의 학력이나 능력에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적당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자발적 실업자로 넘쳐난다.
고학력 고실업 시대인 지금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사무직 근로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힘들고 임금이 낮은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기피 현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로 인해 국내의 많은 제조업체들은 보다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 등 투자환경이 좋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어 국내에서는 산업 공동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내 중소 기업체들은 제조업 등 생산직 근로자들을 동남아 등지로부터 ‘산업연수생’ 등의 명목으로 초청하여 활용하는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최근 TV 등 공중파 방송의 디지털화와 더불어 3D라는 말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는 지저분하고 어렵고 힘들다는 의미의 3D가 아니라 TV, 컴퓨터 모니터, 또는 영화관 스크린의 화면 등에 나타나는 영상에 입체감을 구현한 획기적인 기술혁신의 결과물인 입체(3-Dimension) 영상을 의미한다.
예전에 개봉된 ‘Life of Pi'라는 영화도 관람 시 전용 안경을 끼고 보면 생생한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3D 영화(3-Dimension film) 중 하나였다. 음식남녀, 와호장룡 등을 제작한 타이완 출신의 거장 이안 감독이 만든 영화로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폭풍우에 침몰한 화물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한 소년의 얘기다. 구명보트 목숨을 의탁한 한 소년과 다리를 다친 얼룩말, 탐욕스러운 하이에나, 오랑우탄, 벵갈 호랑이 등 야수들 사이의 불편한 동거와 생존을 건 사투가 긴장감을 더해준다.
또 이 영화는 감동적인 스토리와 함께 잔잔하던 폭풍우에 집채만 한 파도가 요동치는 태평양, 수면 위로 점프하는 거대한 고래, 형형색색 빛을 발하 유영하는 수천수만 마리의 해파리 떼, 무리 지어 수면 위를 나는 날치들, 미어캣이 사는 신비의 섬 등 믿을 수 없이 놀라운 장면들을 3D 화면으로 우리들 눈앞에 풀어놓는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우리들 삶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 단조롭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피하여 3D 영상처럼 다채롭고도 새로운 일상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으로 채워가는 3D 인생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어떤 사람의 삶에 대한 태도는 그 사람이 가진 능력에 못지않게, 또는 그 보다도 더 그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우리가 속한 가족이나 사회 또는 자연환경 등도 우리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가 있다.
서울의 난지도(蘭芝島)가 그 좋은 예이다. 난지도는 한때 산업화와 도시화의 폐기물 처리장이 되어 악취가 진동하고 오수가 흘러나오는 시궁창으로 전락했었다. 난지도를 되살려 놓은 것은 환경오염에 대한 위기의식과 자연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사람들의 새로운 각성이었다. 쓰레기 더미 위에 흙을 덮고 초목을 심어 예전의 난초 내음 향기로운 모습처럼 다시 새들이 모이고 사람들이 찾아드는 곳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는 점과 선에 대한 정의에서 출발하여 평면적 수학의 영역을 면과 입체 등으로 확장하여 ‘유클리드 기하학’이라는 새 지평을 열었다.
무미건조하고 의미 없게 보이는 우리의 삶도 새로운 시각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한때 절망적이라고 생각되던 순간이 반대로 희망으로 나아가는 단초가 될 수도 있고, 누추하고 위험하고 어렵게만 생각되던 현실이 3-D 영화처럼 더 다채롭고 풍요로운 삶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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