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도시 기행

《빛바랜 기억 속의 세계 도시 기행》을 발간하며

지금껏 방문했던 세계의 도시들을 손꼽아 보니, 50여 곳쯤 됩니다. 중국에 머물 때 방문했던 40여 개 도시는 제외한 숫자입니다. 1997년 처음으로 국제선 비행기에 올랐으니, 세계 도시 탐방의 이력이 30년 가까이 된 셈입니다.

사람마다 여행의 추억을 간직하는 방식은 다릅니다. 누군가는 빽빽하게 채운 두터운 사진첩으로, 또 누군가는 소중히 간직한 명소의 입장권이나 머그잔 하나로 여행을 추억하기도 합니다. 내게 여행은 그 도시의 공기 속에서 느꼈던 감정, 예기치 않았던 만남과 눈빛, 그리고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있는 하나의 장면들로 기억됩니다.

필자는 브뤼셀에서의 짧은 유학 시절 동안 유럽의 여러 나라를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브뤼헤의 조용한 운하, 로마의 밤거리, 피렌체의 돌길 위에서 나는 그 도시들과 눈을 맞추고, 길을 더듬어 가며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그 밖의 여러 나라 도시들은 대부분 업무 출장 중에 자투리 시간을 쪼개어 주마간산 격으로 둘러본 곳들입니다. 넥타이를 풀어놓고 슬그머니 여행자의 눈빛으로 금빛 파고다가 비치는 양곤의 저녁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가벼운 옷차림으로 방콕의 뒷골목을 헤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잠시 스친 이국의 도시들은 생경한 모습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흔들며 뜻밖의 감동을 선사해 주곤 했습니다. 이 책에는 그처럼 여행이나 출장길에서 문득 마주친 도시의 단면들, 내 감정이 스며든 장면들, 그리고 그 속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의 단편들을 담았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문득 스치듯 떠오르는 옛 여행의 기억들은 잠시나마 고단함을 잊게 하고 삶에 활력을 북돋우는 비타민과도 같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어느 낯선 도시 거리에서 그 숨결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세계 여러 도시들을 방문했던 기억을 소환하여《빛바랜 기억 속의 세계 도시 기행》 제하의 책자에 담아 보았습니다. 이제는 아련하게 기억되는 필자의 여정을 따라가며, 여러분도 기억 속 자신의 도시를 하나씩 떠올려보길 바랍니다.

<목 차>

책머리에 … 4

1. 감성으로 기억되는 도시

홍콩 / 누아르 영화처럼 아련한 기억 … 11

암스테르담 / 운하를 품은 예술의 도시 … 17

프라하 / 보헤미아의 본향 … 24

파리 / 라 트리콜로르로 기억되는 도시 … 30

로마 / 쓰린 집시의 추억 … 37

피렌체 / 르네상스를 꽃피운 도시 … 46

독일 아헨 / 호프 가게 김 선생님 … 52

교토 / 참새 꼬치구이는 어떤 맛일까! … 58

런던 / 신사의 나라 영국 … 68

2. 역사와 문명의 흔적

이슬라마바드 / 인더스 문명의 요람 … 79

자이푸르 / 인도의 핑크시티 … 86

양곤 / 금빛 파고다의 도시 … 93

브뤼헤 / 중세의 시간을 걷다 … 99

워털루 / 웰링턴과 나폴레옹의 승부 … 104

이스탄불 / 동서양을 잇는 가교 … 110

청더 / 열하로 가는 길 … 116

베이징 / 빠다링 장성과 불후의 명작 … 122

타슈켄트와 사마르칸트 / 실크로드의 관문 … 127

3. 일과 여행의 경계에서

방콕 / 일과 여행의 경계에서 … 137

자카르타 / 두리안처럼 오묘한 맛의 도시 … 143

몰타 / 에메랄드빛 바다와 라임스톤의 감촉 … 149

블라디보스토크 / 극동의 진주 … 156

마드리드 / 짧지만 강렬했던 문화체험 … 165

코펜하겐 / 북유럽의 품격 … 170

애들레이드와 시드니 / 대양을 품은 도시 … 174

4. 자연과 신화의 숨결

프놈펜과 시엠립 / 물과 사원의 도시 … 183

스위스 / 엽서 속에 담아 온 추억 … 190

바르샤바 / 고결한 땅 뜨거운 피 … 196

카트만두 / 신들의 도시 … 204

스리랑카 / 동양의 빛나는 진주 … 209

우간다 / 아프리카의 진주 … 215

피지 / 남태평양의 파라다이스 … 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