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패산과 도봉산
송추(松湫)로 차를 몰았다. 이른 아침 시간 수도권순환도로는 이미 질주하는 차량들로 부산하다. 송추 IC로 내려서서 송추역에 도착하니, 인적 없이 텅 빈 컨테이너 서너 개 크기의 작은 역사가 의정부 방면 첫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열차로 도착할 친구들을 기다리며 오늘 산행지인 사패산 쪽을 바라보았다.
여인네 젖꼭지를 닮은 봉긋한 봉우리가 뒤로 여명의 아우라를 머금은 채 검은 실루엣을 드리우고 있고, 도봉산으로 뻗은 긴 능선은 하늘과 굴곡진 경계를 또렷이 드러내고 있다.
보온병 속 뜨거운 물에 탄 커피로 추위를 떨치고 있을 즈음 선로로 열차가 들어왔고, M과 B 두 친구만을 달랑 내려놓고 플랫폼을 미끄러지듯 벗어났다. 원각사 입구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했다. 길바닥 작은 물웅덩이는 얼어 있고 냉기가 온몸으로 스며든다. 계곡은 물이 말랐고, 숲의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채 겨울의 동면을 준비하고 있다.
앞쪽 이마 위로 태양을 등진 사패산 정상부 암봉이 머리에 눈을 이고 있는 듯 또렷하다. 북한산둘레길 산너미길 코스로 접어들어 계곡을 따라 올랐다. 둘레길을 따라 좌측으로 휘돌아 오를 요량이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백구 한 쌍이 어울려 먹을 것을 찾는 듯 산기슭에 수북이 싸인 낙엽을 파헤친다.
평탄한 둘레길을 버리고 사패산 북쪽 비탈진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향했다. 차가운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쉬며 오르는 길은 산행을 성가시게 하는 땀도 없이 생쾌하기만하다. 계단길 대신 암릉 가장자리에 설치해 놓은 철제 난간에 의지해서 정상으로 올라섰다. 고양이 한 마리가 키 작은 소나무 아래 앉아 탁발을 바라는 수도승처럼 산정을 지키고 있다. 농구 코트처럼 너른 정상에서 포대능선 오봉능선 그 뒤의 북한산 삼각봉 등 사방을 조망했다. 암봉 아래에서 앉아 도봉산 쪽을 조망하며 배를 깎아 한입씩 베어 물며 갈증을 달랬다.
평일 산행이라 스쳐 지나는 이들도 드물었다. 덕분에 산 전체가 온전히 우리 일행 셋의 몫인 듯 발걸음이 한층 느긋해졌다. 등로 아래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짙푸른 숲 사이 우뚝 솟아 있는 갓바위가 한동안 눈길을 붙잡는다.
느릿한 걸음으로 포대능선 쪽으로 향하며 슬쩍 뒤돌아보니, 아침 햇살을 온몸에 머금은 사패산 암봉이 유난히도 환한 미소를 띠고 있다. 평일 산행이라 스쳐 지나는 산객은 많지가 않고 오롯이 우리 일행 셋이서 산을 다 가진 듯 마음이 여유롭다.
앞쪽 이마 위로 태양을 등진 사패산 정상부 암봉이 눈을 이고 있는 듯 또렷하다. 북한산둘레길 산너미길 코스로 접어들어 계곡을 따라 올랐다. 둘레길을 따라 좌측으로 휘돌아 오를 요량이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백구 한 쌍이 먹을 것을 찾는 듯 산기슭에 수북이 싸인 낙엽을 파헤친다. 인간의 손길을 벗어나 산속 자유로운 삶을 택했지만, 저들에게 길고 추운 겨울은 녹록지 않을 것이다.
평탄한 둘레길을 버리고 사패산 북쪽 비탈진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향했다. 차가운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쉬며 오르는 길은 산행을 성가시게 하는 땀도 없이 생쾌하기만하다. 계단길 대신 암릉 가장자리에 설치해 놓은 철제 난간에 의지해서 정상으로 올라섰다. 고양이 한 마리가 키 작은 소나무 아래 앉아 탁발을 바라는 수도승처럼 산정을 지키고 있다. 농구 코트처럼 너른 정상에서 포대능선 오봉능선 그 뒤의 북한산 삼각봉 등 사방을 조망했다. 암봉 아래에서 앉아 도봉산 쪽을 조망하며 배를 깎아 한입씩 베어 물며 갈증을 달랬다.
평일 산행이라 스쳐 지나는 산객은 많지가 않고 오롯이 우리 일행 셋이서 산을 다 가진 듯 마음이 여유롭고, 발걸음은 한층 느긋해졌다. 느릿한 걸음으로 포대능선 쪽으로 향하며 슬쩍 뒤돌아보니, 아침 햇살을 온몸에 머금은 사패산 암봉이 유난히도 환한 미소를 띠고 있다. 등로 아래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짙푸른 숲 사이 우뚝 솟아 있는 갓바위가 한동안 눈길을 붙잡는다. 회룡역 갈림길 이정표를 스쳐 지난다.
그즈음, H로부터 “송추주차장에서 송추폭포 쪽으로 올라갈 예정”이라는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원각사에서 함께 산행을 시작하기로 했던 그의 동선이 갑작스러운 병원 진료일정으로 어긋난 탓에, 뒤늦게 출발해서 도봉산 신선대에서 우리와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의 일상이나 인생도 시시각각 상황이 바뀌고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곤 하는 산행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산행은 늘 설레는 법이다.
포대능선 쪽 가파른 계단길로 접어들자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멀리서 포격 소리가 이따금씩 들려왔다. 계단길 저 위 능선마루에 걸린 태양이 용이 희롱하던 여의주 마냥 눈부신 빛을 발하며 어서 올라오라고 손짓한다. 그 위 포대능선의 초입으로 올라섰다. 이곳도 산객들이 쉬어가는 장소라서 그런지 또 다른 탁발승인양 고양이 한 마리가 자리를 잡고 있다. 능선마루는 앞쪽으로 여러 봉우리들과 함께 저 멀리 자운봉과 신성봉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놓았다.
*H가 확인한 정보에 따르면, 포격 소리는 노야산 훈련장에서 실시하고 있는 전자포 사격 소리일 가능성이 크다.
산행 세 시간 만에 원도봉에 닿았다. 지나온 여러 암봉들과 도봉구에서 의정부로 이어지는 도로 너머로 수락산의 수려한 모습이 고스란히 한눈에 들어온다. 때마침 대학 동기 K의 전화가 날아들었다. 그저께 송년회에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서로의 안부와 일상을 물었다. 전화로나마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인가!
포대 전망대를 스쳐 지나고 민초샘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와이(Y) 계곡이 기다리고 있다. M과 나는 와이계곡을 거쳐가기로 했고 B는 우회하기로 했다.
난간과 바위에 박힌 철심에 몸을 의지하며 두 암봉 사이 좁고 깊게 파인 와이계곡을 통과했다. 스트레칭하듯 다리와 팔을 뻗치고 철봉과 바위틈을 붙잡으며 수직 암곡을 힘겹게 내려갔다 오르는 스릴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이 그만이다. 와이계곡 건너편 암봉 위로 올라서니, 저 앞쪽 포대능선이 다하는 곳에 자운봉과 신선대 암봉이 나란히 위용을 뽐내며 솟아 있다.
자운봉 아래 너럭바위 위에 둘러앉아 H가 올라오기를 기다리며 배낭을 열어 허기를 달랬다. 이십여 분 후에 송추폭포 쪽에서 급히 올라온 H와 이산가족 상봉하듯 반갑게 합류했다. 자세한 진료결과는 기다려 봐야 나온다지만, 몸에 큰 문제는 없는 듯해서 다들 안도했다. 신선대에 올라 함께 인증 숏을 남기며 북한산과 도봉산을 비롯한 주변 여러 산들이 펼친 장쾌한 파노라마를 한참 동안 조망했다.
신선대를 뒤로하고 오봉능선 방향을 잡았다. 물개 형상의 암봉 옆 비좁은 틈을 통과하니, 오봉능선 뒤로 상장능선 영봉 북한산 삼각봉과 망경대, 좌측으로 우이암에서 뻗어 내린 긴 능선 등이 눈에 들어온다. 오봉을 앞에 두고 송추계곡 쪽으로 본격적인 하산길에 올랐다. 길게 늘어진 송추계곡 따라을 송추폭포 쪽으로 느릿느릿 내려갔다. 계곡은 물이 말라 바위 투성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송추 폭포는 몇 갈래 물줄기로 겨우 '폭포'라는 명분을 지키고 있다. 한낱 자연도 인간사처럼 명분이나 제 역할을 잃으면 비루해지기는 마찬가지이다.
산객이 없는 계곡 위로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만 우리 일행과 함께 했다. 긴 계곡이 다하고 송추마을이 가까워질 무렵, 가을의 끝자락 정취를 붙잡아보려는 듯 몇몇 산보자들이 눈에 띄었다.
긴 계곡길이 끝나고 송추마을이 가까워질 즈음, 가을의 끝자락 정취를 붙잡아보려는 듯한 계곡 주변 산책로를 걷는 산보자들이 몇몇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느린 걸음에는 언제인지 모르게 슬며시 다가왔다가 훌쩍 떠날 채비를 하는 계절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아쉬움이 묻어 있는 듯했다.
송추마을 날머리로 나서며 문득 뒤돌아보니, 오봉능선 위에 화장기 하나 없이 말간 상현달이 걸려 있다. 반쪽 얼굴의 그 달은 오늘 산행이 어땠냐고 물으며, 또 다른 산행의 기약을 조용히 속삭이며 작별인사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