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왕십리>
가던 길 돌아보면 왕십리,
그 겨울의 유년이 거기 서 있다.
거리의 바람은 매서웠고
나는 그 언저리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흐트러진 실타래 같은 미로,
그 끝 달동네 하늘엔
샤갈의 그림처럼
별들이 춤을 추었고
사람들은 그 별빛을 좇았다.
새벽안개처럼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
막차는 오지 않았고
잡힐 듯 말 듯 별들은
푸른 하늘을 유영했다.
우리는 소주 한 잔에
우정을 나누어 마시고
긴 창 하나에 방패를 들고
돈키호테의 늙은 말
로시난테 등에 올랐다.
시간의 덤불 속을 헤매는
낡은 기억들이
바람처럼 맴도는 거리,
왕십리 모퉁이를 돌면
누군가를 기다리며 서성이던
그 겨울의 유년이 거기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