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뻐꾹 장끼 꺼억꺽

성남 누비길 제7구간 일부, 인릉산과 대모산

by 꿈꾸는 시시포스

사월초파일 거리는 한산하다. 휴가를 낸 샌드위치 데이를 특별한 일 없이 보낸 터라 운동 삼아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오기로 했다. 8시가 가까워지자 동네 빵집은 오픈 준비로 손길이 바쁘다. 버스 앞좌석 두 할머니는 잡담에 빠져있다가 내려야 할 정류소를 지나쳤다. 사랑에 빠지면 눈이 멀 듯 무엇엔가 빠지는 것은 황홀하면서도 때론 위험하기도 하다.

M과 청계산 입구역에서 만났다. 주중 휴일은 등산객들로 붐비는 주말과는 달리 한산하다. 역사에서 청계산과 반대쪽 출구로 나와서 인릉산 들머리를 더듬어 찾았다. 여의천 위 다리를 건너고 높은 소나무에 까치가 둥지를 튼 아파트 옆을 지나서 길게 내곡동으로 뻗어 내린 인릉산 줄기로 올라섰다.


산의 북쪽 대모산 자락에 순조와 그 왕비의 능인 인릉(仁陵)이 있어 이름 붙여졌다는 인릉산은 범바위산 주능선과 더불어 성남 수정구와 서울 서초구를 경계 짓는 산이다. 대동여지도에는 천림산(天臨山)으로 표기되어 있다고 한다.

지난주 일본 오사카와 교토를 다녀온 M이 일본 음식과 동대사 법륭사 오사카성 등 그곳에 관한 얘기를 들려준다. 현존 세계最古 목조건물 호오류우지(法隆寺), 610년 건너간 고구려 승려 담징이 그렸다는 12면 벽화는 1949년 소실되고 모사한 일부만 남아 있단다.


정한숙은 수필 '금당벽화'에서 전란에 휩싸인 조국에 대한 번민으로 붓을 잡지 못하던 담징이 을지문덕의 살수대첩 쾌보에 하루 만에 벽화를 완성했다고 묘사했다.

친구와 둘이 하는 산행 길 대화의 주제는 언론 정치 선거 가족 등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그렇지만 답을 구하지도 자기주장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답이 없고 설득시킬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능선을 오르며 뒤돌아보면 고속도로 너머로 청계산이 신록을 뽐내며 눈앞에 다가온다. 분당-내곡 간 고속화도로 터널 위 해발 300여 미터 능선은 길게 뻗어 있다. 능선을 따라 예비군훈련장 철조망 울타리가 길게 둘러쳐져 있다. 새로 세운 철조망 울타리는 튼실하고 옛 철조망은 낡고 녹이 슬었다.

철조망 옆길을 한참 걸어야 인릉산 정상이 나온다. 바윗돌 위에 세운 인릉산 표지석이 해발 326.5 미터라고 알린다. 오르는 길이 여럿인 이곳 정상 부근에는 배낭을 멘 우리와는 달리 동네 주민인 듯 가벼운 차림새의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인릉산 정상을 조금 지나 나오는 범바위산 조망처에서 훤히 들어오는 예비군훈련장 대모산 구룡산 양재 등의 위치를 하나하나 짚어 보았다. 헌릉과 인릉이 대모산 자락에 안겨있고 젖무덤처럼 봉긋 솟은 구룡산과 대모산 사이 능선 아래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던 모 기관도 모습을 보인다.

사람이 많이 다닌 듯 넓고 번듯한 산길을 무작정 따라가다 보니 범바위산에서 방향을 잘못 잡아 500여 미터 알바를 했다. 번거롭고 짜증도 나겠지만 잘못 든 길은 되짚어 돌아오는 것이 상책이다. 대모산의 남쪽 들머리를 찾아 용인-서울고속도로 종점인 헌릉 IC 부근으로 향했다.

멀리서 뻐꾸기 소리가 작은 새들 소리에 섞여 들려온다. 짝을 찾는지, 누구 둥지에 탁란 한 알이 부화라도 했는지, '뻐꾹뻐꾹' 소리는 그치지 않고 점점 가까워진다. 장끼가 혀를 차듯 또는 추임새라도 넣는 듯 '꺽 꺼-억' 소리를 지른다.

헌릉로를 건너 대모산 자락으로 들어섰다. 헌릉 IC 부근 세곡동 대모산 들머리 부근은 이름 모를 풀꽃들이 지천으로 피었다. 대모산 주능선은 부부나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 단위 산객들이 주류다. 해발 293미터 대모산 정상 새로 설치한 너른 나무 데크 벤치도 빈 곳이 없다.


대모산 북쪽에 위치한 작은 절집 불국사는 석탄일을 경축하는 신도들로 북적이고 법당은 기원을 담아 절을 올리는 사람들로 비좁아 보인다. 놀이터이자 학습터로 잘 조성해 놓은 유아 숲 속 교실을 지나 일원터널 쪽으로 대모산 자락을 빠져나왔다.

오후에 비 예보가 있었다. 올봄에는 유난히 비가 자주 많이 내렸다. 석탄일을 맞아 전국 사찰마다 울려 퍼질 갈구의 목탁 소리가 방방곡곡 자비의 소낙비가 되어 쏟아져 내렸으면 좋겠다. 18-05 Lao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