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은퇴 후 삶을 대하는 두 개의 풍경

by 라온재



미국과 한국. 두 나라 사람들은 은퇴 후를 어떻게 살아갈까요? 겉으로 보면 쉬고 싶다는 바람은 같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한국의 은퇴, 해야 할 일에서 할 수 있는 일로


한국에서 은퇴는 오랫동안 끝의 의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경제활동의 종료, 사회적 역할의 축소, 심지어 개인의 존재감마저 흐려지는 시기.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은퇴를 두려워합니다.


특히 한국의 은퇴는 부양과 생계라는 무거운 짐과 맞물려 있습니다. 자녀 교육, 노후 대비, 부모 봉양. 이런 과정을 거치며 희생했던 세대들은 은퇴 후에도 ‘쉴 자격이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은퇴 후 재취업을 고민하고, 소득을 위해 작은 일자리를 찾아다닙니다.


미국의 은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시간


반면, 미국은 조금 다릅니다. 물론 경제적 여유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은퇴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으로 인식하는 문화가 더 뿌리 깊습니다. 취미를 본업처럼 즐기고, 여행과 자원봉사, 지역 커뮤니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미국인들의 은퇴 후 삶은 일종의 자기실현 프로젝트와도 같습니다. 젊을 때의 직업이 생계와 커리어를 위한 것이었다면, 은퇴 후의 일은 오롯이 자기만족을 위한 선택입니다.


왜 이렇게 다를까?


두 나라의 차이는 결국 사회적 안전망과 문화적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미국은 개인주의적이고, 은퇴 자금 마련 역시 개인의 책임으로 여겨집니다. 대신 이를 대비한 금융 상품과 교육, 제도가 잘 발달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은퇴 후 삶 역시 ‘자기 설계’가 당연시됩니다.


한국은 여전히 공동체적 가치와 노동 중심적 삶의 태도가 강합니다. 은퇴 후에도 일을 해야 안심이 되고, 일을 하지 않으면 사회적 소속감을 잃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100세 시대를 대비해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노후 불안이 우선인 경우가 많습니다.


닮아가는 두 나라, 그러나 여전히 다른 마음


흥미로운 점은, 한국도 점차 미국처럼 자기만의 은퇴 후 프로젝트를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귀촌, 여행, 취미, 1인 창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의 차이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한국에서는 은퇴 후에도 쓸모 있는 존재여야 한다는 압박이 더 강합니다. 반면 미국은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 자체를 삶의 가치를 두는 경향이 짙습니다.


결국, 은퇴 후 삶은 스스로 묻는 질문으로 결정된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은퇴 후의 삶은 결국 같은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이제,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누구도 대신 답해줄 수 없는 이 질문에 솔직해질 때, 비로소 은퇴는 끝이 아닌 시작이 됩니다.

두 나라의 차이를 넘어서, 자신만의 은퇴 후 풍경을 그려보는 것. 그것이 진짜 중요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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