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슬로우메딕 라이프, 시간과 자유의 선물
오랜 세월 남을 위해 살아왔다. 직장, 가족, 사회적 책임 속에서 나를 뒤로 미루며 달려온 시간. 이제 은퇴를 맞이하며, 나는 처음으로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된다. 가장 먼저 떠오른 버킷리스트는, 바로 여행이다. 그것도 누군가 짜놓은 패키지가 아닌, 내가 계획하고 내가 속도를 정하는 슬로우메딕 라이프. 몇 달, 때론 몇 년을 한 도시나 마을에서 머물며 살아보는 것. 미국 서부 국립공원의 캠핑여행, 로드 트립, 남미의 작은 마을에 머물며 골목을 걷는 하루. 때로는 크루즈 위에서 바다를 느끼고, 때로는 트레킹 코스를 따라 대지와 마주한다. 걷고, 머물고, 살아보고, 다시 떠나는 자유. 이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다.
삶의 기록, 나만의 이야기로 남기기
두 번째로 중요한 버킷리스트는 기록이다. 내가 보고 듣고 느낀 모든 순간들을 글로 남긴다. 여행지에서의 작은 깨달음,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반성까지. 블로그와 브런치, 일기와 노트에 차곡차곡 쌓인 기록들을 언젠가는 한 권의 책으로 엮고 싶다. 출판이라는 거창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내 삶의 흔적을 남기고,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나 영감이 될 수 있다면 충분하다. 삶의 기록은 곧 내 인생의 지도이자, 후회 없는 여정의 증거다.
언어, 세상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
여행을 하다 보면, 그 나라의 언어를 익히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미 영어와 한국어, 조금의 일본어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안다. 현지에서 직접 언어를 배우며 현지인과 대화하고, 시장에서 음식을 사며,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한다. 새로운 언어를 익히는 것은 단순히 소통의 수단을 넘어서, 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는 길이다. 언어 공부는 평생 계속될 나의 버킷리스트다.
춤, 몸으로 만나는 세계
여행지에서 꼭 해보고 싶은 또 하나의 버킷리스트, 바로 춤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탱고, 브라질에서는 삼바, 쿠바에서는 살사, 유럽의 어느 작은 도시에서는 왈츠와 플라멩코. 춤은 언어와 상관없이, 몸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현지에서 춤을 배우고, 직접 그들의 리듬을 타보는 것. 배우는 데 돈이 들더라도,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나누는 유대감, 몸으로 느끼는 현지의 삶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다. 나는 내 몸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싶다.
운동과 명상, 내 삶의 지속가능성
아무리 멋진 여행도, 아무리 새로운 경험도 건강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다. 내 일상에 하루 두 시간, 운동과 명상을 넣는 것. 이 시간만큼은 오롯이 내 몸과 마음에 집중한다. 걷기, 스트레칭, 근력운동, 요가, 명상.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머무는 곳 어디서나 실천한다. 이것이 슬로우메딕 라이프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주고, 언제 어디서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은퇴 이후의 내 삶, 더 이상 미루지 않는다. 이 버킷리스트가 왜 내 은퇴후 삶을 설레게 하는가?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하나씩 실천하며,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슬로우메딕 라이프, 기록, 언어, 춤, 운동과 명상. 이 다섯 가지가 모이면, 어느 누구의 인생과도 다른, 오직 나만의 스페셜 라이프가 완성된다. 이제 남은 것은, 설레는 마음으로 하나씩 버킷리스트를 실천해 나가는 것뿐이다. 이 여정의 끝에서, 나는 내 삶을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