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찾아온 겨울
12.04.2025
어느덧 첫눈이 내린 지도 10일이 넘게 지나가네.
나는 겨울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눈을 좋아해.
마치 밤하늘은 좋아하지만 밤은 무서워하는 나처럼 또 하나의 모순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면 그것은 겨울은 안 좋아하지만 눈만큼은 좋아한다는 것이겠지.
눈을 유독 좋아하는 나지만, 그날 저녁 첫눈을 우연히 맞으며 나 스스로 깨달을 정도로 해맑게 웃고 있는 내 모습이 느껴졌어. 작년에는 개인적인 이유로 첫눈, 모든 눈을 창문으로 넘겨다 보는 게 전부였고, 눈이 오는 게 기쁘지도 않고 마냥 슬프기만 해서 사실 울고 싶었어, 아마 주체 못 한 슬픔과 분노로 울었던 것 같아. 왜냐면 작년에 매일이 눈물과 함께 하는 하루였는 걸. 그래서 그런가, 유난히 올해의 첫눈을 맞으며 너무 신이 나서 주체가 안 되는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어.
다시 떠올려도 그날의 감정이 가슴 깊이 박혀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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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캐럴 등을 느끼며 울컥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던데 사실 그게 나야. 남들은 이해 못 할 그런 감정이겠지?
눈도 마찬가지야. 특히 첫눈이 오면 나는 아직도 정의하기 어려운 복잡한 마음에 휩싸여 다양한 사색과 함께 순간적으로 울컥하고는 했어. 사실 예전엔 눈 맞으면서 울먹인 적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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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첫눈에 대한 내 감상은 그저 투명하게 기쁘고 설레고 신나기만 했고 오랜만에 활짝 웃고 있는 내 얼굴을 깨달았을 때는 스스로가 아주 어린아이 같이 느껴질 정도로 해맑아서 정신 차리고 나니 당황스러웠어.
뭐가 그렇게 기뻤지, 작년과 다른 올해가 느껴져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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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게 받는 위안은 생각보다 큰 것 같아.
한동안은 그날의 감정에 빠져 설레고 즐겁기만 했던 것 같아.
올해의 시작은 즐거움과 기쁨이라는 감정을 단 1%도 느끼지 못했다면 올해의 끝무렵에는 그래도 조금씩은 내가 하루 중에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있는 날도 있다는 것을 첫눈을 통해 체감했어.
눈이 더 이상 안 오고 불과 며칠 전에 대설이 내릴 예정이라는 예보가 들어맞지 않았을 때 그만 실망했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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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을 돌아보면,
2024년부터 정말 너무 힘든 하루하루, 순간순간이 이어졌고 스스로와의 싸움 속에서 살았는데, 그 시간들을 돌아보면 여전히 화도 나고 속상함과 분노도 치솟지만, 그럼에도 1년이 넘은 이 시점에서야 아주 조금은 내가 나를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되었나 싶어서 그나마 그 시간들 그리고 아직은 이어질 시간들이 조금은 애증처럼 남아있어. 앞으로는 조금 더 기쁜 날들이 생겼으면 하고, 빠른 시간 안에 나를 괴롭히는 속상함이 끝나기를 바랄 뿐.
올해의 나는 나를 들여다보는 게 여전히 낯설고 어렵기만 하지만 한 발자국씩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처럼 나가는 것처럼 가려지더라도 자꾸 들여다보려고 했으며, 여전히 그러기 위해서 노력 중인데 조금 더 나를 깊이 들여다보며 다독일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해. 노력하다 보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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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왔으니 진짜 겨울이구나
1년은 4계절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돌고 돌아 겨울은 두 번 오기 마련이야.
첫 번째 겨울의 시간 속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던 나를 두 번째 겨울이 조금은 꺼내 일으켜줬다는 게 조금은 신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