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소원을 또 한 번 빌어보다
비가 유난히도 많이 오는 것 같은 올 가을,
비가 조금은 잦아들었던 시점에 조금은 더위가 가신 것 같아 오랜만에 밤이 아닌 낮 산책을 했는데 어느덧 싸늘함 속에 숨은 따뜻함만이 남아있더라.
주변의 나무들 또한 조금은 늦은 여름과 가을 사이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조금은 복잡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
더위가 무서워 바들바들 떨던 시간이 어느덧 지나서 이제는 내가 아직은 조금은 감당하기 버거운 무게를 품고 있는 가을이 오고 있구나.
더위의 꺾임이 홀가분하다가도 가을의 무게와 다가올 추위가 주는 고독함에 쓸쓸하기도 섭섭하기도 한 것 같아.
사실 이미 10월이지만 9월과 10월 초가 유난히 따뜻했을 뿐이었지, 가을이 안 온 것은 아니었을 텐데 이제야 가을이 피부로 느껴져서 그런 것일까.
사실 그냥 갑자기 암울해진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어. 그래서 그냥 그 자리에 서있어 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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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가을과 겨울에는 그다지 좋았던 기억이 많지는 않아서 조금은 아픈 계절로 떠오르지만 그 마음의 벽조차 언젠간 내가 무난하게 넘어가야 할걸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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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그저 이번 가을과 겨울은 조금이라도 포근했으면, 나에게 조금은 덜 가혹하기를 바랄 뿐.
그저 산책을 나왔다가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는 나무를 지나쳐서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열매가 맺힌 나무를 보며 하염없이 서서 복잡한 내 마음을 들여다보다가 그저 남들에게는 작고 평범한 것에 불과했을, 그렇지만 나에겐 너무나도 큰 소망을 빌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