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을 수 없는 순수함
붉은 장미의 꽃말은 용기와 낭만적인 사랑이라던데, 장미는 봄의 끝을 알리고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꽃이니까 그런 꽃말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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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말은 낭만적이고 밝은 것 같은데, 나는 붉은 장미를 보면 어느 순간부터 핏빛이 떠오르고는 해. 그 이유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르겠어.
그저 길을 가다가 붉은 장미를 보면 멜랑콜리한 기분을 느껴.
아주 어렸던 초등학생 때에 사생대회 같은 무슨 글쓰기 시간에 “장미를 보며 빨간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 가는 것 같은 소녀의 이미지를 대입한 짧은 시”를 끄적였던 기억이 요즘 종종 생각나고는 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의 차이가 너무 확연하게 와닿아서 그런가 봐. 무도회를 가는 장미라니, 지금의 나는 생각도 못할 발상인걸 내가 알아서 그런 걸까?
당연히 세월이 흘렀기에 그때의 나와 현재의 나는 다를 수밖에 없음에도, 그 괴리감에서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요즘의 나는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고는 해. 사람들 누구나 그러하듯이 나 또한 살면서 되돌리고 싶은 시간, 되돌리고 싶은 일이 많았고 여전히 후회 속에 허우적거리는 날도 있어.
지금 생각해 보니까 아마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순전히 후회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의 순수함이 그리워서 그런 것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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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장미를 보며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는 날이 오겠지. 생각은 당시의 심리도 반영한다던데, 미래의 나는 장미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