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물건 이야기(애니 레너드)'
무신경하게 써왔던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
우리 집에는 창고방이 하나 있다.
기념품 부자, 취미 부자인 나는 계절마다 먼지 쌓인 작고 예쁜 인테리어 장식을 닦고, 계절에 맞는 패브릭과 꾸밈 장식들을 배치하며 대청소를 해야 한다. 각종 취미공예에 필요한 수많은 재료들도 종류별로 분류하여 정리한다. 대용량, 벌크로 구입하는 화장지, 생수, 탄산수, 각종 간식, 안방의 드레스룸에 들어가지 못하는 옷과 가방들, 이불들까지 이 모든 물건이 들어가는 창고방이다. 아직은 내 집의 창고방에 채워져 있지만 결국은 쓰레기가 될 물건들...
해외여행지에서 '기념으로, 추억으로, 예쁘니까, 쇼핑도 여행이니까' 집어 들었던 작고 예쁜 것들...
계절과 유행, 나의 기분에 맞게 클릭해서 장바구니에 넣었던 옷과 구두, 반짝이는 액세서리들...
내가 구입한 그 순간, 예쁜 것들의 미래는 쓰레기로 예정되고, 내가 구입한 만큼 지구에 버려지는 쓰레기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이 책은 깨닫게 했다.
내가 사용하고, 잊어버린 물건들이 쓰레기가 되고 그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또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했다.
기분이 저기 앞일 때 달려가는 고기 앞, 편두통이 심할 때 떡볶이, 울적하고 슬픈 날 부르는 치킨
홈바를 외치며 세팅하는 와인과 아보카도, 홈카페를 주장하며 장만하는 커피잔과 다기들
내가, 그리고 인간이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하기 위해 나무, 물, 광석, 석유 및 화석연료를 얼마만큼 지구로부터 뽑아내고 있는지, 얼마만큼 지구와 생명체를 배려하지 않고 뽑아내고 있는지, 양과 방식에 문제가 많음을 이 책에서는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메뉴판에서 원하는 것을 고르는 그 잠깐 동안은 온 세상이 그(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열심히 번 돈을 물건과 바꿔 그 물건의 소유자가 될 때 그(그녀)는 힘과 권력이 솟아나는 기분을 느낀다. ~~ 영화나 드라마 등장인물의 성격에 못지않게 그들이 가진 물건과 물건에 대한 집착에도 감정이입을 한다. 우리 자신이 가진 물건에 감정이입을 하기 때문이다. ~~ 물론 소비는 생존을 위한 소비뿐 아니라 삶의 질을 높여주는 추가적인 소비도 있다. 소비주의와 과다 소비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 - 본문 257~259쪽 '
작가가 나에게 해준 조언 같았다.
이 책의 제목을 검색해보니 2009년에 미국에서 교육자료로 활용되었던 만큼 많은 영상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연관 지어 볼 수 있는 영상자료를 조금만 뒤져보면 인류가 지구 상에 등장한 이후 얼마나 많은 생물종을 착취하고 자원을 남용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끔찍한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2010년 세계 자연보전 연맹(IUCN)의 생물 종 연구 결과를 보면, 척추동물의 약 20%가 멸종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 매년 평균 52종의 포유류와 조류, 양서류는 심각한 멸종 위협에 놓여있다.
각종 화학물질과 수많은 화학염료, 저렴한 원가만큼의 값싼 인건비로 이루어진 패스트패션은 새로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일단 줄여보기를 다짐한다.
나는 태어나는 순간 지구를 소비하며 살아왔다.
지금부터라도 어떻게 해야 지구에 주는 피해를 줄이며 살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성찰하고 사회변화를 위한 실천 거리를 찾아보는 내가 되어야겠다.
2월이 되었고
걸침소비를 멈추겠다는 나의 실천은 문제없이 진행 중이다.
해마다 하나씩 구입하고 창고방을 채우던 패딩과 코트, 가방을 오히려 하나씩 비우고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했다. 사지 않기로 마음먹으니 습관처럼 들여다보던 쇼핑몰을 들어가 보지 않고, 인터넷과 인스타에 올라오는 광고를 클릭해보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