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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미 Mar 20. 2023

6학년 교실에서 일년살기 3.

2008년의 기록

3월


둘째날은 아이들이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자리교체와 1인1역, 청소구역 배치와 교체하는 원칙을 정하는 회의를 하고 학급약속도 아이들과 정해보았다. 둘째날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할 만큼 오래 걸렸던 것이 기억난다.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이들은 ‘에이~귀찮으니까 선생님이 그냥 하라는대로 할게요‘ 라고 말하지 않았던 것이 인상적인 하루였다. 이 날 이후 학급에서 아이들의 생활과 관련한 약속이나 규칙은 아이들이, 아이들과 함께 정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생각이라고 결코 미숙하거나 장난스럽지 않다‘는 선배들의 가르침을 실제 느껴보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정한 우리반의 약속은 ’사랑콩 약속‘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사랑콩 약속>

1. 타인의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사랑콩

2. 싸우지 않고, 욕설을 하지 않는 사랑콩

3. 친구를 놀리지 않고, 왕따 없는 사랑콩

4. 맡은 역할을 성실하게 하는 사랑콩

5. 수업시간 선생님말씀에 집중하는 사랑콩

6. 어른들께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사랑콩



최근에 아이들별 맞춤인사․선택인사로 ’주먹인사, 포옹하기, 말건네기‘ 등을 다양하게 펼쳐보이는 사례도 볼 수 있다. 나는 맞이하는 인사와 정리하는 인사가 형식적인 순간이 아니라 아이들과 일대일의 관계를 형성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들 한명한명 눈맞춤하고 칭찬의 말을 건네기 위한 방법으로 ’악수종례‘를 시작했다. 

6학년 아이들도 거부감없이 수용할 수 있는 스킨십으로 악수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악수라는 건 뭔가 어른들만의 인사법 같지 않은가. 나 스스로도 악수 이상의 친밀감을 표현하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악수종례‘를 소개하고 “으~”하는 아이들의 반응도 있었지만 3월 2일부터 종례를 하고 교실을 나서는 아이들과 한명한명 악수를 했다. 사실 일년동안 악수종례를 하면서 슬쩍 악수를 피해 뒷문으로 나가버리는 아이들도 있었고 학원시간이 다 됐다고 종종거리며 재촉하다가 손이 스치자마자 생하고 나가버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오늘 고생했어, 아까 발표 잘했어, 잘가 내일보자‘하는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이 스스로 다가오기 전까지는 강요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악수종례를 하며 교사와 눈을 마주치고 한두마디 건네는 대화를 좋아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며 별 것 아닌 말을 건네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 괜찮았어‘하는 마음으로 하교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2주

교과별 껍데기 공부, 짝궁 토의 연습, 단원평가 안내, 쿠폰 안내와 시작

국어 - 책읽기와 발표 연습, 발표 전 메모하기, 생각쓰기 연습

수학 - 수업에 따른 숙제, 점검표 기록 연습

사회 - 공책 기록 연습, 자료 찾기, 수업과정별 순서 익히기, 조사숙제 기록 연습

과학 - 과학실 사용과 실험도구 사용법, 실험순서 익히기

미술 - 나 그리기, 그리기 순서 알기, 수채도구의 올바른 사용법

체육 - 시간 협의, 복장 안내, 줄서기, 체조하기

실과 - 발명교실과 진로강좌 안내, 파워포인트와 포토샵 예고

도덕 - 단원순서 조정, ‘너그러운 생활’ 공부하면서 배려와 용서알고 연습하기, 자기점검 예고(수행평가), 학교폭력예방 강조

재량 - 독서록 쓰기 연습과 시작, 책 읽기 훈련, 반성봉사 안내와 시작, 밥 순서 안내



두 번째 주의 가장 중요했던 활동은 ‘교과서 껍데기 공부’였다. 교과마다 교과서의 표지도 구성도 다르지만 보통 첫수업은 ‘1단원 몇쪽 펴라’로 시작했던 것 같다. 각 교과서의 표지를 살펴보고 표지의 인물, 배경, 그림의 내용과 의미를 추측해보고, 교과서의 구성과 집필의도를 함께 읽어보고, 단원의 순서를 보면서 표지의 그림을 보면서 추측했던 내용과 비교해보았다. ‘교과서 껍데기 공부’를 통해 아이들이 즉흥적으로 학습내용을 제안하기도 하고 한학기동안 학습할 내용을 미리 상상해보기도 하면서 아이들도 저도 기억에 남는 수업이 되었다.      

‘반성봉사’는 숙제를 안해오거나 학급생활 중 문제행동을 한 아이들에게 방과후 교실에서 뒷정리를 하거나 학교 내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을 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아이들이 ‘이 정도는 해야 한다’면서 시간과 내용을 정했고 자주 봉사를 하게 되는 아이들이 가끔 반발하고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꾸준히 운영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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