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동생 1호가 결혼을 했고, 오늘 동생 2호는 미국에 갑니다.
어제 동생 1호가 결혼을 했다.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뒤늦게 인연을 만나서 결혼을 했다. 인연이란 그런 것이다. 서두른다고 빨리 오지 않으며 포기한다고 해서 안 오지 않는다.
그렇게 고르고 고르더니 순한 인상을 가진 4살 연상의 옵빠를 만나 결혼을 했다. 그 옵빠도 초혼!!
그 둘이 어제 그렇게 엄마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 결혼을 했다. 양가 부모의 의견이 일체 배제되다 보니 결혼준비도 우리 시선에서는 하는지 마는지 술술 진행이 되는 거 같아 보였다. 둘은 어떻게 의견을 나누고 맞추어 갔는지 다툼은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결혼을 준비하고 진행했으며 마무리 지은 동생을 보며 든 생각은 부모의 개입 없이 결혼을 하려면 적어도 40 중반은 넘어가야 가능한 일인 건가 싶었다.
어린 나이에 하려면 경제적으로 도움과 지원을 받아야 하다 보니 그분들의 의견을 전혀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완전히 자립한 저 나이가 되고 부모님들도 빨리 시집(장가) 갔으면 하는 날들만 기다려와서 인지 정말 독립적으로 결혼을 했다.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나의 결혼은 도피성이었다.
나도 그저 조용히 서두르지 말고 인연을 찾았어야 했는데 40을 바라보는 나이에 결혼을 해야겠다 마음먹고 처음 한 소개팅에 나온 그 사람과 결혼을 하며 사는 게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하고 용감하게 서두른 그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게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인연이란 능동적으로 찾아 나서되 한편으로는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어찌 보면 내 만남도 인연의 범주에서 벗어나진 않는구나 싶기도 하다.
인연을 만나는 일만큼 아름답고 숭고한 일도 없는 것 같다.
인생에서 행복이 기본값은 아니지만 만들어 가야 할 충분한 가치는 있으니 함께 꿈을 공유하며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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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언니를 보낸 2호 동생은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간다. 주재원 발령을 받은 제부는 미리 가있고 언니 결혼식을 빠질 수 없는 동생은 오늘 간다.
어제오늘 큰 일을 치러내는 2호 동생도 참 씩씩하고 의연하다. 커다란 짐은 배편으로 보내고 오늘은 당장 가서 쓸 짐을 싸서 비행기 편으로 간다.
당장 필요한 것과 필요할 것 같은 것을 놓고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는 동생 2호의 짐 싸기를 거들면서 살면서 정말 필요한 짐은 정말 얼마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호주에서 아이 둘을 데리고 나오면서 짐가방 2개에 아이들 것과 내 옷 계절별로 한 벌씩 넣고 나와서 큰 불편 없이 살았던 기억을 되새기다 보니 나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물건들이 생존에 얼마큼 기여하고 있는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필요한 물건과 필요할 것 같은 물건 그리고 나의 욕망과 욕구를 채우는 물건과 과거를 회상하며 행복을 주는 물건들로 크게 나뉘는 것 같다.
내 삶을 둘러싼 많은 물건들이 내게 주는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 날이다.
동생을 보내고 필요한 물건과 과거를 회상하며 행복을 주는 물건으로 내 물건들을 나누어 보고 정리를 해보아야겠다.
물건들을 잘 나누고 정리해서 미국 가서도 아프지 말고 잘 지내다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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