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는 엄마로 살기
내 개인의 행복을 바라고 무엇을 한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결혼 전 마음대로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놀러 다니고 했었다면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물론 아이들의 입장은 다를 수 있겠다.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우선순위는 아이들이다.
그들이 성장할 때까지는 나는 그들의 일상을 지켜줘야 할 책임이 있다. 아무렴
그러나
그런 나의 책임감이 하루하루가 짐처럼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다. 언제 커서 제 앞가림하지?? 하며 말이다. 아이들을 키운 지 십수 년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을 보고 있자니 곁에 있을 날도 얼마 안 남았구나 싶다. 이런 생각이 드니 사춘기도 소중하고 (가끔 속이 부글부글하지만) 자라는 아이들 하루하루가 아깝다. 자기 전에 누우면 주로 내가 던진 말들이 후회가 된다. 말로 키우고 말로 죽이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아이들은 나를 훗날 어떻게 기억할까?
바람이 있다면 친절한 엄마로 기억되길 바라지만 욕심이다.
나는 내 인생이 정말 불행하다고 여겼고, 돌파구를 찾는 일에 급급했었다. 아이들 때문에 내가 회사에서 이런 수모를 겪으며 다녀야 하나?? 딱히 대책도 없으면서 나는 내 일상을 푸념으로 채웠더랬다. 그렇게 좋은 구실을 찾아 회사를 그만두고 나오면서 나는 허황된 꿈을 꾸었다. 철도 없고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이 그저 평범한 나를 알아차리고 정신을 차리게 된 건 퇴직 후 1년이 지나 지금에 이르러서다. 부모라는 사람이 이러고 있다. 도망치지 않을 능력을 우습게 여기고 도망을 치는 것이 진정한 용기인 줄 알고 말이다. 한심한 사람…
지금부터라도 나는 우리 서로의 행복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재정적으로 윤택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아이들의 꿈을 지원하기 위해 아팠을 때 억울할 때 든든하게 후원하기 위해 나는 돈을 벌고 아끼고 굴리기로 했다. 브런치는 왠지 우아하고 아름다운 글만 써야 할 것 같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난 편견과 허세로 치장한 세상 철없는 엄마였다. 부끄럽지만 이렇게 선포를 해야 내가 나로부터 벗어나 또 다른 나를 찾아 나서는 일을 감행할 것 같아서 글을 쓴다. 그래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충분히 대단해!!! 나의 선택에 후회를 말고 먼 훗날 좋은 선택으로 기록될 수 있도록 지금의 선택에 최선을 다하자.
조금씩 조금씩 일을 찾고 도망치지 않을 분명한 이유가 있음을 알고 늘 그 자리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어른다운 어른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