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
우리 집 1호가 중학교를 가면서 학원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동안 아이들을 학원에 안 보냈더니 슬슬 다니고 싶어 하는 눈치다. 코로나 이전에 그만두고 (저학년 때 왜 그리 시켰는지) 지금까지 학원을
태권도와 영어도서관을 제외하고 가질 않았으니 친구를 만날 길도 없고 혼자 뒤처지는 거 같은 불안도 슬슬 엄습해 오나 보다.
그래서 가성비 좋은 학원을 고르고 골라서 논술 학원과 농구학원으로 범위를 좁혀 일단 상담 시간을 받아놓았다.
퇴사 후 현금흐름이 뚝 끊기고 나라에서 주는 돈과 양육비에만 의지해서 살고 있는데 내가 갖는 이 감정이 의문이다.
미친 건지 혹은
최강의 낙관 긍정의 마인드가 장착된 건지 그도 아니면 우울증이 깊어지다 못해 현실감각을 잃어버린 것인지..
내 무의식이 나의 현실을 냉정하게 외면하고 있는 건가? 왜 이런 상황에서 난 불안하지 않은지 모르겠다.
사실 코로나 전에도 회사를 그만둔 적이 있다. 회사가 이사를 가는 바람에 출퇴근 시간이 4시간 가까이 되었다. 거기다 업무 강도도 만만치가 않아 번 아웃이 왔고 그래서 퇴사를 했다. 그 이후 곧 코로나가 터져서 전 회사는 전부 재택근무로 바뀌게 되었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몇 달만 더 버틸 걸 했더랬다. 사람 앞일을 누가 알겠는가?? 그때는 3개월 동안 몸이 닳아 지인들을 붙들고 어디든 출근하게 해달라고 사정사정을 했었는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돈이 쑥쑥 나가고 있는데 배만 튕기고 있다.
이 무슨 근거 없는 처사인지 모르겠지만 사실이다. 나도 나를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나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를 바라보고 있을 나의 엄마와 대학 보내고 대학원 보내고 박사라도 받겠다면 어느 정도 지원이라도 해줘야 하는 두 아들과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데 무슨 근거 없는 자신감인지 책에서 본 대로 무자본 창업이 나에게 경제적 자유를 가져다 주리라는 굳은 믿음을 이단 종교 신봉하듯이 믿고 있다.
그래 1년 동안 자기 성찰과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경제적 기반을 다지고 1년 후에는 조금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음의 일들을 진행하자
운다고 될 일은 없으니 오늘도 웃으며 순간에 충실하자. 과거와 미래는 내가 어떻게 조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다음 달이 되면 어김없이 봄은 온다.
이 또한 다 지나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