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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JOJO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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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브로라 Aug 21. 2022

JOJO 6화


다음 날 우리 두 사람은 비자림 숲으로 갔다. 어젯밤 거실에 있던 비자나무 선반이 비자림 숲의 나무라는 얘기를 듣고 직접 그 숲에 가보고 싶었다. 조조는 작년인가 슈퍼태풍이 왔을 때 부러진 비자나무를 주워 직접 그 선반을 만들었다고 했다. 어떻게 나무를 줍고 또 어떻게 선반을 만들지? 나는 상상해본 적도 없는 장면이다.

“태풍이 지나간 뒤에는 의례 돌풍에 부러진 나무들이 있어. 그 나무들을 주워다가 보통은 장작으로 쓰는데 개중에 쓸만한 나무는 목재상에 가서 적당히 커팅한 다음에 샌딩하고 오일링 해서 선반으로 쓰고, 긴 나뭇가지는 등을 걸어두는 스탠드로 사용해.

이게 내가 제주에 사는 이유야. 문명이 주는 혜택을 포기하고 자연의 혜택을 누리며 사는 거지.”

비자나무의 나뭇잎을 비비며 불어오는 바람이 숲의 입구까지 마중 나와 인사했다. 숲 속에는 비자나무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적당한 거리로 연대하고, 양치식물 이파리 위로 아침이슬이 맺혀 큐빅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횡격막을 지그시 눌러 폐활량을 확장시키고 호흡기를 너머 손끝 발끝까지 숲의 숨결을 가득 불어넣었다. 나풀거리는 비자나무의 나뭇잎이 산책로의 적토 위에 레이스 패턴의 그림자를 만들었다.

“학교 다닐 때 말이야. 그때 애들이 조조 너에 대한 뒷말 많이 했어. 나는 한 번도 동조한 적 없지만.. 그 이야기를 끊지 못하고 끝까지 듣고 있었어. 하지 말라고 했어야 했는데.”

오래된 죄를 고해하듯, 앞서 걷는 조조에게 말했다.

“괜찮아.

나를 모르는 사람이 나를 욕하는 것에 쉽게 상처받지 않아. 왜냐면 그 사람은 나를 모르니까. 어릴 땐, 그래서 가족이나 친한 사람이 내 험담을 전달할 때마다 속상해지곤 했는데 생각해보면 그들도 본인의 문제에 나를 투영시켜 문제를 각색하거나 왜곡시키는 거니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

“……”

“문제가 생겼을 때, 외부환경을 배제하고 나와 문제만 남기면 적어도 감정노동은 하지 않게 돼. 그러고도 발끈한다면 나 스스로 그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거니까. 그땐 그 문제를 해결할 때가 된 거고.”

“네 삶은 정말 심플한 것 같네.”

삶이 여행이라면 ‘동거인’이라는 타인은 바퀴가 빠진 캐리어 같았다. 혼자도 버거운 여행길을 시종일관 달그락거리며 방해할 것 같았다. 결국 판타지가 사라질 걸 알면서도 왜 한 침대를 쓰고, 은밀한 욕실의 셰어를 약속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고독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고독을 피하기 위해 타인을 택하는 삶은 더욱 위태로웠다. 온전한 내가 되어서야 오롯이 타인을 볼 수 있고 비로소 균형 있는 관계가 되니까. 하지만, 조조라면 왠지 함께 살아도 나를 잃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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