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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토로 Feb 13. 2024

셋이 왔지만 두 잔이 먹고 싶어

서점 앞으로 어떤 차 한 대가 지나갔다. 조심님이 몸을 달싹 움직였다.

"무슨 일이세요?"

그 물음에 조심님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저 차의 주인이 저를 처음 조각냈어요. 그때 정말 무섭고 아팠거든요. 오늘 오시는 아니겠죠? 혹시 그 인간오면 사임당님도 조심하세요"

차를 발견하고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기에 인간을 없겠구나 생각했다. 안심도 하고, 조금 아쉬운 마음이 무렵 늦은 저녁 딸랑하고 소리가 들렸다. 조심님이 심하게 움츠렸고, 또다시 조각이 되어 날아갔다. 아아 불쌍한 조심님. 그리고 불쑥 얼굴 하나가 나에게 다가왔다.

"어? 오만 원이다. 내가 흘린 것 같은데?"

아, 이 인간이구나 했다. 조심님이 몸을 추스르기도 전에 하나의 얼굴이 나에게 다가왔다.

"어? 오만 원이다."

그렇게 갑자기 얼굴을 쓱 밀면 아무리 강심장인 나도 깜짝 놀라고 만다. 아니, 그렇게 가까이 볼 수 있다니, 그렇게 허리를 숙일 수 있다니 차의 주인과 그 친구는 정말 유연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하나의 인간이 나를 봤다.

"어? 오만 원이다. 에이 진짜가 아니네 기분만 더럽게."

없는데 욕을 먹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턱에 안 걸렸으니 내 역할은 다 한 것이다. 조심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순식간에 나를 발견하고 나를 지칭하고 그렇게 카운터로 갔다. 그러고는 말했다. 일행 중 여자 인간은 자신은 배가 부르다며 안 마시겠다고 했다. 

"아메리카노 두 잔. 배가 불러서."

주인들은 익숙한 듯 세 잔으로 나눠드릴까 물었다. 여기저기 떠돌 때 1인 1메뉴에 대한 일들이 전국에 이슈라고 들었다. 여기 주인들은 그건 잘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닌가? 뭔가 통달한 얼굴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커피 향이 퍼지고 양이 조금씩 담기긴 했지만 세 잔의 커피가 나왔다. 양이 적은 것은 당연했다. 두 잔을 세 잔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배가 부르다고 했다.

그런데 키가 큰 인간이 양이 적다며 투덜거렸다. 내가 가짜라며 기분이 더럽다고 한 인간이었다.


조심님에게 살짝 들으니 사장들이 음료를 나눠주는 이유는 서로 나눠먹다가 바닥과 테이블에 흘려서 그걸 치우는 것이 정신 건강에 더 좋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장들의 얼굴이 통달한 얼굴인 것이 맞았단 것이다. 그렇게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었던 것도 잠시, 여자 인간이 말했다.

"여기에 뜨거운 물 좀 더 부어줘."

배가 불러서 안 먹겠다던 인간이었다. 사장들은 그것 조차도 익숙한지 뜨거운 물을 더 담아줬다. 아뿔싸! 여자 인간이 투덜이 인간에게 덜어준답시고 넘기다가 다 흘리고 말았다. 큰 사장이 행주를 가져다가 닦으면서 그래서 덜어주는 것이라고 말하자 투덜이 인간이 욕을 내뱉었다.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겠지.

그래도 잠깐의 평화가 찾아왔다. 큰 사장도 마음을 다스리려고 하는 것인지 디저트를 만들 밤을 집중해서 손질하고 있었다. 그들이 이제 돌아가려는 몸짓을 했다. 그 인간들은 자기들끼리 뭐라 뭐라 하더니 커피가 남았으니 환불해 주냐고 물었다. 말이라고 하는 걸까 싶은 순간 컵을 가지고 왔다. 먹히지 않는 것 같으니 포장해 달라는 것이었다. 뜨거운 물을 더 부어준 그 커피였다. 사장이 얕은 한숨을 쉬고 포장을 하고 있는 또 그 찰나! 여자 인간이 다듬고 있던 밤에 손을 대려고 했다. 세 번을 끓이고 정성을 다해 다듬은 그 밤이었다. 고난과 역경의 그 밤이었다.

"만지시면 안 돼요!"

분명 사장들의 제재가 더 빨랐다. 그럼에도 여자 인간은 그 말은 손으로 집어 들었다. 사장의 탄식이 입구까지 들렸다. 

"아이고, 만지면 안 되나? 그럼 만졌으니까 내가 가지고 가야겠네."

"아뇨, 내려놓으세요."

단호한 사장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만지지 말아야 할 것을 만졌고, 그런데 그걸 만졌으니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물건인 나는 그 알 수 없었다. 여자 인간이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인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자 투덜이 인간이 소리를 질렀다.

"나와! 왜 거기서 쿠사리를 먹고 있어!"

그러며 나를 심하게 째려보고 갔다. 네네! 가짜라서 미안합니다!


그 사건 이후로 그 인간들을 다시 보지는 못했다. 조심님 말로는 전에도 비슷한 일로 안 온 적이 있었는고 그 뒤로 처음 온 것이라고 했다. 오랜만에 와서 또 사고라니 어찌 보면 대단한 인간들이다. 

그러다 보니 나도 점차 인간들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우선 내가 얼굴을 기억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오는 인간은 경계 대상이다. 아마 주인들도 그걸 알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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