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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토로 Mar 13. 2021

사건은 예기치 못하게 찾아온다

샘플 3-2

이 사건이 있기 약 두 달 전부터 나는 샘플2로 인한 일들로 피폐해져 있었다. 샘플2와의 일들을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엄밀히는 그의 가족 딱 한 명에게만) 정리하겠다고 마음먹은 다음부터는 여러 곳에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샘플3도 그중 하나였다.

원래도 집안 얘기와 개인적인 일도 상의했었기 때문이다. 정말 일상적인 대화였다.


그리고 어느 날 밤, 그는 술을 마시고 내가 있는 사무실로 들어왔다. 노란색 문을 열고 들어온 샘플3은 나에게 팔을 벌렸다. 와서 안기라는 것이었다. 좋아한다길래 나도 좋아한다고 했더니 나온 반응이었다. 학연, 지연, 혈연 중 학연과 혈연이 엮여 있는데 그 말이 그 말인지 내가 어떻게 알았을까? 외부에서 이틀을 강행군을 하고 잠깐 일하려고 들린 사무실에서 나는 날벼락을 맞았다.

손이 벌벌 떨렸다. 다른 사람과 통화 중이었는데(다행히 그 친구가 녹음이 되고 있었다) 끊지 않고 쎈 척 소리를 질렀다. 미친 거 아니냐고. 대표가 고생한다고 어깨 주무르는 것도 싫다고 하는 난데 지금 나한테 뭔 짓을 하는 거냐고.

그렇게 큰소리치면서도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이 되어서 주섬주섬 짐을 싸서 그를 잘 피해서 도망 나왔다. 무서워서 버스를 탈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참을 걸었다.

그날 밤, 샘플3은 내게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를 하고 여기저기에 본인이 그만둔다고 올렸다. 그 수습의 몫은 나에게 있었다. 이 사건은 이제 막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던 내 일상을 다시 망친 일이고, 또 다른 문제의 시작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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