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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토로 Mar 30. 2021

술자리

샘플 3-9

그 일이 일어난 뒤, 술자리는 되도록이면 참여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자리, 업무상 정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자리에는 참석했지만 내부 회의가 끝난 뒤의 말 그대로의 뒷자리에는 참석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논문 핑계도 대고, 다음 날 아침에 진행하여야 하는 방송 핑계도 대고, 건강 핑계도 대면서 술자리를 피했다.


술을 먹으면 친한척하는 샘플3을 보기도 싫었고, 다시는 그와 술을 마시고 싶지도 않았다. 술을 먹으면 또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감도 있었다.

술자리는 피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왜 안 가냐, 또 다이어트하냐 등등 쓸데없는 소리를 많이 들어야만 했고,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자리에서 먹은 음식이나 술은 체하기 일쑤였다. 온몸의 세포들이 샘플3과  동행한 자리를 거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샘플3이 사람들에게 술자리를 가지 않는 내 험담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작은 험담이었다고 한다. '술도 업무의 일환인데...' 같은 아쉬움이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과의 관계를 맺지 못하는 사람', '공과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평가를 했다고 했다. 내가 이 이야기를 알고 있는 것은 듣다 못한 임원이 내게 언질을 줘서였다.


술을 먹는 것이 일의 연장선상일 수 있다. 술이 필요한 자리들이 분명히 있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술자리를 가지 않은 이유는 분명히 있었다. 사람에 대한 문제였다. 문제를 키우고 싶지 않아서 핑계를 댔는데 그게 나에게 독화살로 돌아왔다. 그 얘기를 직접적으로 밝혔다면 그는 내 험담을 하지 못했을까? 자신이 원인이라는 것을 정말 눈곱만큼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런 얘기를 들었음에도 참으로 꾹도 참았다. 나만 아니면 되지 그런 소문 따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말은 점점 눈덩이처럼 커졌고, 업무 자체를 소홀히 하는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생각보다 샘플3은 여기저기 내 험담을 많이 하고 다녔다. 그리고 그 말은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되었다. 와전되는 것은 필수였다.


"그랬다더라?"

"그렇다면서?"


술자리가 뭐길래, 술이 뭐길래 술이 없으면 일이 안 되는 것인지, 술이 도와줘야 일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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