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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토로 May 01. 2021

재택근무를 하면서 깨달은 것

샘플 3-26

그동안은 잘 몰랐다. 내가 참고 있었던 것인지 아무렇지 않은 것인지에 대해서.


방어벽이 무너지고 나서 공포감이 올라온 것과 더불어서 묘한 피곤함이 있었다. 만성피로였기에 기분 탓이려니 생각했지만 그해 말 건강검진을 통해서 간수치가 정상수치보다 10배는 높게 나왔다는 결과를 받았다. 추가로 피검사와 호르몬 검사를 하고, 초음파 검사를 했다. 체중이 정상보다 높은 것 말고는 아무런 문제를 찾지 못했다. 약을 계속 먹었지만 아주 조금 떨어졌을 뿐 여전히 7~8배 높은 수치를 유지했다. 높은 수치가 계속되면 몸이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스트레스밖에는 원인이 남지 않았다고 이야기하셨다. 알고는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기에 마시지도 않던 술을 더 안 먹어보기로 했다.




몇 개월 뒤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집에서 일을 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살이 좀 찌는 이상한 체질이긴 하지만 이렇게 바로 티가 날 줄은 몰랐다. 더구나 잔머리가 났다. 탈모가 아닐까 걱정할 정도로 머리가 많이 빠지고 있던 시기였다. 재택이 이렇게 몸에 좋은 것인지도 몰랐다.

사실 처절하게 깨달은 것은 스스로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몸이 망가져있었다는 것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방치하고 있었던 것인지 나에게 미안했다. 샘플3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하고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어마어마하게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로 코로나는, 그리고 재택근무는 나에게 마른땅에 단비와 같았다. 한마디로 숨통이 트였다. 사람이 사는 것이, 일을 한다는 것이 이렇게 속 시끄럽지 않은 일이었다니!

그리고 하나 더 깨달았다. 헐크와 같이 매일 화가 나 있는 나에게는 심리상담이 필요하다는 것, 샘플3과 마주치는 상황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나를 살려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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