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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토로 May 15. 2021

태풍 프란시스코

우리 집은 시골이라서 태풍이 올라오면 이것저것 대비를 해야 한다.

2019년, <프란시스코>라는 태풍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빠가 세상 여유를 부리고 계셨다고 한다. 그 당시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던 동생은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는 아빠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급한 사람이 우물 판다고 결국 동생이 조급한 마음에 아빠에게 질문했다.


"우리도 태풍 올라오는 거 준비해야 하지 않아요?"


아빠는 1초의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샌프란시스코>도 아닌데 뭐. 준비 안 해도 돼."


뉴스에서는 계속 큰 태풍이라고 했다. 쎈 프란시스코, 약한 프란시스코 말장난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아빠는 정말 진짜 아무 대비도 하지 않았다. 혼자 하우스 정비를 할 수는 없으니 동생 속만 타들어 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프란시스코는 올라오면서 살짝 소멸되었고 고향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더구나 올라오면서 여러 곳의 온도를 낮춰줘서 무더위를 가라앉혔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식구들이 밥을 먹다가 같이 뉴스를 봤고, 아빠는 이렇게 말했다.


"이야, <성 프란시스코> 됐네."


암만 생각해도 충청도의 언어유희는 전국 어디 내놔도 부족하지 않고, 나와 내 동생이 하는 장난기와 그에 따른 말장난은 유전인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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