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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시작된 돌비는 지구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다큐] 과학 다큐 비욘드-소행성이 온다(2017)

by 김토로

* 이 리뷰는 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나의 수많은 희망 직업 중에 지질학자와 천문학자가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시점에서 문과로 가야 하나 이과로 가야 하나의 기로에 섰을 때도 이 두 가지 희망 직업을 두고 오랜 시간을 고민했다. 결국 이과로 가서 천문학도를 꿈꿨으나 물리에 한 번 좌절하고 수리에 한 번 좌절해서 지금은 환경운동가를 하고 있지만 말이다.


다큐멘터리는 영화의 장르로 구분되기도 하는데 국어사전적인 의미는 '실제로 있었던 어떤 사건을 사실적으로 담은 영상물이나 기록물'이다. 그러다 보니 주제와 소재가 명확해서 다큐멘터리에서 다른 의미가 읽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직업병에 걸릴 대로 걸린 나는 <소행성이 온다>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었다.


<과학 다큐 비욘드>는 EBS에서 방영했던 프로그램이다. 지금은 방영이 끝났지만 재방송이 나오고 있어서 종종 TV에서도 볼 수 있다. 총 38화로 이루어져 있고, <소행성이 온다>는 그중 한 편이다. 다큐는 이렇게 시작한다.


"2013년 2월 15일 아침이었다.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물체가 추락했다."


그날 상공에서 폭발하고 떨어진 물체는 소행성이었다.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궤도에서 태양을 둘레를 공전하는 작은 행성이다. 공룡을 멸종시켰다고 알고 있는 그 물체다. 옛날의 천문학자들은 행성을 찾기에 급급했다. 태양계를 이루는 행성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소행성도 연구한다. 소행성을 연구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마추어 천문학자들 중에 새로운 소행성을 찾아서 소행성에 본인 이름을 붙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다.


2013년 러시아의 소행성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고 한다. 수많은 연구자가 소행성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말이다. 소행성을 연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인공위성 등 살펴보는 기기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도 이유가 있었다. 상공에서 폭발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피해는 적었다. 하지만 그 위력도 대단했었다. 만약에 그 소행성이 상공에서 폭발하지 않고 그대로 떨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과연 러시아에만 피해가 갔을까?


예전에는 소행성의 크기가 1km 이상이 되어야지 위험하다고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몇 십m만 되어도 위험하다고 판단한다고 한다. 지구의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다. 공룡이 살 때의 지구의 지상에는 위험한 것들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위험한 것들 투성이다.

지구의 조건이 생명이 살 수 있는 조건인 것은 정말 많은 우연이 겹쳐서 가능한 일이다. 태양과의 거리가 적당해서, 목성이 소행성을 생각보다 잘 잡아주고 있어서,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라서, 달이 지구와 함께하면서 조수간만의 차가 생기면서... 세상에 이런 우연이 어디에 또 있을 수 있을까?

지금의 소행성들은 이 우연이 적용되었는지 기가 막히게도 바다에 떨어지고, 사막에 떨어지고, 숲에 떨어졌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사람이 없는 곳에 떨어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그리고 수많은 곳에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위험한 시설들이 분포해 있다.


핵발전소에 떨어질 수 있고, 위험한 화학물질을 다루는 곳에 떨어질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위험물을 다루는 시설을 건축할 때 '지진'을 대비한 내진설계를 한다. 지상에서 벌어지는 자연재해에 대해서는 그래도 나름 대비를 하고 있지만 하늘, 아니 우주부터 시작된 자연재해에 대해서는 전혀 대비를 못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하늘에서 예측하지 못한 물체가 떨어지는 것을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지상의 위험물을 줄여야만 한다. 다큐의 박사님께서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소행성 자체로만의 문제는 아니다.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운석도 크기가 상당히 큰 것들이 있다. 운석들이 지상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기권의 산소와 만나 연소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운석이 타면 '유성'이라고 불리게 되고 타면서 보이는 모습을 별똥별이라고 부르고 있다. (물론 운석만 별똥별은 아니다) 땅에 떨어지면 운석, 대기권에서 다 타서 없어지면 유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운석이 연소하는지 아닌지는 크기나 속도에도 영향이 있지만 구성성분에 따라서도 다르다고 한다. 모든 소행성의 성분을 알 수 없으니 어떤 소행성이, 운석이 떨어질지 산소와 만나서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는 예상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NASA에 따르면 지구에 떨어지는 1m 정도 크기의 운석은 3일에 한 번을 주기로 떨어지고, 50cm급은 하루에 한 번 꼴로 지구의 대기권에 진입한다고 한다. 지구가 넓기는 하지만 실제로 굉장히 잦은 빈도로 운석이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2020년 11월 29일 새벽, 일본의 하늘에 거대한 불덩어리가 하늘에서 발견되었고, 같은 해 7월에도 굉음과 화염을 동반한 운석이 떨어진 적이 있었다. 며칠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에서도 거대한 별똥별이 발견되었다. 유성우가 내리는 시기가 다가와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이들이 다 타지 못하고 운석으로서 떨어지게 된다면 그 피해는 가늠할 수 없게 된다. 요즘 지구의 대기는 몇 년 동안의 지구의 대기와 다른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우리나라 진주시에서도 네 점의 운석이 발견되었다. 이 운석들은 비닐하우스와 밭에서 발견되었다. 민가도 많은 지역이었는데 대단히 친절하고 자비로운 운석이었다. 하지만 우주가 언제까지고 지구에게 친절을 베풀어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영화 <아마겟돈>처럼 지구를 향해 달려오는 소행성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러시아의 소행성처럼 지구를 향해 달려오는 것조차 못하고 충돌을 맞이할 수도 있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2004년 발견한 아포피스라는 소행성은 2029년에 지구와 30,000km의 거리를 두고 지나갈 것이라고 한다. 2036년에도 지나갈 예정이다. 이제 10년도 안 남았다. 만약에 그 사이에 다른 소행성이나 파편이 아포피스와 충돌하거나 다른 행성의 영향으로 궤도가 바뀌게 된다면 지구와의 충돌도 염두할 수밖에 없다. 물론 지구가 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자전축이 움직이면 위치에 따라 지구의 중력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NASA에서 거대한 댐의 담수량으로 인해 지구의 자전 속도와 자전축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한 적도 있다. 쓰촨성 대지진도 댐의 무게로 생긴 재해라는 분석도 있었다.


아마 이대로라면 지구와 인간이 영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파멸의 길 시간을 앞당길 필요는 없다. 지금이라도 필요 없는 위험 시설들은 줄이고, 지구를 인위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은 줄어야 한다. 소행성과 운석이 떨어진 위치가 인간의 삶과 가깝지 않았던 것을 자비로 볼 것이 아니라 일종의 경고로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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